151km 킬러로 불리운 천적을, 95km '흑마구'로 이겨버렸다...외인도 필요없다. 현 KBO 최강 선발은 이 선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4-04 00:07


151km 킬러로 불리운 천적을, 95km '흑마구'로 이겨버렸다...외…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KT전. 3회말 무사 1, 2루에서 로하스를 병살타로 처리한 임찬규가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95km 커브로 151km 천적도 이겨버린, 새로운 '흑마구' 제왕.

KT 위즈는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설굥 것이다. 2일 개막 7연승을 달리던 LG를 9대5로 대파하며 상대 상승세를 꺾었다. 보통 긴 연승을 한 팀이, 연승이 끊기면 후유증이 오기 마련. 여기에 KT의 3일 선발은 헤이수스였다. 믿고 보는 퀄리티스타트 기계, 에이스이기도 하고 'LG 킬러'의 명성에 KT는 LG를 연패에 빠뜨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헤이수스는 지난 시즌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LG전 3경기에 나가 3승 평균자책점 0을 찍어버렸다. 올해 KT로 팀을 옮겼지만 앞선 2경기 구위는 여전했기에 KT와 이강철 감독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151km 킬러로 불리운 천적을, 95km '흑마구'로 이겨버렸다...외…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KT전. 1회초 2사 오스틴 타석에서 심판이 헤이수스의 피치클락 위반을 선언하자 헤이수스가 항의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3/
그런데 이게 웬일. 경기가 KT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선취점은 LG의 몫이었다. 2회 KT 천성호의 실책으로 촉발된 찬스에서 2점을 뽑았다. 헤이수스를 상대로 낸 첫 점수. 하지만 헤이수스의 자책점은 아니었다.

그게 아쉬워서인지, 5회 오스틴이 헤이수스를 울리는 솔로포를 때려냈다. 헤이수스에 처음 자책점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수스는 이날도 6이닝 1자책 호투로 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 평균자책점 0.95. 0점대 유지.

그런데 왜 생각지도 못한 방향이냐. LG가 이겼기 때문이다. 5대1 승리. 8회 김현수의 쐐기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시즌 첫 패 후 곧바로 반등 분위기를 만들었다.


151km 킬러로 불리운 천적을, 95km '흑마구'로 이겨버렸다...외…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KT전. 선발투수 임찬규가 투구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4.3/
타자들의 집중력도 좋았지만, 결국 MVP는 선발 임찬규였다. 부담스러운 상대 헤이수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5⅔이닝 1실점 호투로 우위를 점한 게 결정타였다. 6회 위기를 맞아 이닝을 종료하지 못하고,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시즌 첫 등판 한화 이글스전 완봉승에 이어 다시 한 번 승리를 따내며 평균자책점도 0.61로 유지했다.


5회 권동진에 3루타, 강백호에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한 게 옥에 티였지만, 이날 경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KT 타자들이 임찬규의 공을 도저히 공략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줬다는 것이다.


151km 킬러로 불리운 천적을, 95km '흑마구'로 이겨버렸다...외…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둔 LG 선발 임찬규가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3.26/
헤이수스는 최고 151km의 빠른 공과 강력한 투심패스트볼, 그리고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임찬규는 이날 직구 최고구속 144km에 그쳤고, 대부분 130km 후반대에서 140km 초반대 구속이었다. 심지어 커브는 가장 느린 공이 95km였다.

하지만 왜 LG 타자들이 '천적' 헤이수스를 상대하는 것보다, KT 타자들이 임찬규를 상대하는 게 더 거북해보였을까. 한화 타선이 임찬규를 공략못한 이유가 이날 경기까지 연결돼 설명이 된다.


151km 킬러로 불리운 천적을, 95km '흑마구'로 이겨버렸다...외…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LG 선발 임찬규가 8회를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3.26/
공은 느리지만, 경기 운영 능력이 절정에 올랐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상대 허를 찌르는 구종 선택과 볼배합이 돋보인다. 2023 시즌 14승 투수가 되고,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을 때만 해도 '운이 따른 시즌'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10승 고지에 오르자 '승부에 완전히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올시즌 지난 2년의 경험이 바탕이 돼 더욱 농익은 피칭을 하고 있다. 최근 보기 힘든 '흑마구' 제왕의 면모다.

임찬규의 능력도 좋지만, 그와 호흡을 맞춰가며 제구와 구종 능력치를 파악한 박동원의 리드도 훌륭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임찬규는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라 맞는 공이 많은데, LG는 수비가 좋고 홈 잠실구장의 이점도 크다. 이런 투수는 구위가 떨어질 일(?)이 없기에, 시즌 내내 자신의 페이스를 이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그래서 더 무섭다. 현 시점 KBO리그 최고 선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de:04oY
device:MOB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