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14일 LG에 0대8로 패해 개막 13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일본에서는 1979년 세이부 라이온즈가 개막전부터 14경기에서 무승부 2번을 포함한 12연패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프로야구 개막 최다연패 기록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개막 12연패는 1955년 돈보 유니온즈와 세이부까지 두번 있었다.
창단 첫 해 세이부는 어떤 팀이었을까. 당시 세이부 소속으로 프로 5년차, 23세였던 두산 송재박 타격코치(57)는 "노무라 전 라쿠텐 감독, 다부치 전 라쿠텐 수석코치 등 선배 선수들이 많아 엄한 분위기였습니다"라고 했다. 신생팀 세이부는 선수영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스타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개막 12연패를 당했고,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세이부가 창단 첫 해 개막 12연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카이 야스유키 당시 구단대표(80)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준비 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에 앞서 미국 플로리다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야구를 모르는 모기업 주도로 준비를 하다보니 부족한 게 많았습니다. 훈련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유니폼을 세탁할 세탁소도 못 찾았으며, 선수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현지에서 메이저리그 팀들과 연습경기를 한 후 하와이에 이동해서 또 연습경기를 했는데, 일본으로 돌아와 국내구단과 시범경기를 하지 않고 바로 시즌 개막을 맞았습니다"고 했다.
국내에서 충분한 훈련없이 시즌을 시작한 세이부 타자들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세이부는 개막 12연패를 당하는 동안 경기당 평균 1.42득점에 그쳤다. 이 기간에 완봉패를 4번이나 당했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기록으로서 남아 있는 세이부의 개막 12연패. 그러나 세이부에게 이 기록은 아득한 추억일 뿐이다. 왜냐하면 세이부는 첫 해 실패를 딛고 창단 3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13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단기간에 일본 프로야구 최강 팀으로 도약한 것이다.
올시즌 한화는 1979년의 세이부처럼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 한화 최고참 강동우(39)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강동우는 "우리 팀은 실력이 없는 게 아닙니다. 선수가 없는 것이지요. 새 코칭스태프가 젊은 선수들을 만들고 있어요. 그들의 성장을 기다려야 해요"라고 했다.
강동우도 지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고, 한화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몇 년 후에 한화가 개막 연패 기록을 세이부 처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