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에겐 상식이지만 일반인에겐 신기한 일이 있다. 지난날 일본의 한 야구 프로그램에서 특집이 있었다. 주제는 '외야수의 글러브 착용법'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많은 외야수들이 소개한 글러브 끼는 방법은 독특했다. 검지는 중지 자리에, 중지는 다시 한칸 밀어 약지 자리에 넣는다. 그리고 새끼 손가락을 넣는 자리에는 약지와 새끼 손가락과 약지를 한꺼번에 넣는다. 왜 그렇게 할까. 그럼 한국 선수들도 똑 같을까.
다른 선수들은 어떨까. 두산 정수빈은 "그렇게 끼지 않는 외야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고교때까지 내야수였던 KIA 김원섭은 "대학교 진학 후 외야수를 시작했을 때 그렇게 착용하라고 배웠어요" 라고 이야기한다.
그럼 다른 방법을 쓰는 선수는 없을까. 두산 이종욱은 "검지만 꺼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제자리에 끼는 선수를 몇 명 본 적이 있는데 누군지는 잊어버렸어요"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청 소속인 민병헌(두산)이 답을 말해줬다. "(임)재철 선배(두산)가 그렇게 끼고 있어요. 사람마다 편한 법이 있을 거예요".
검지를 빼는 이유에 대해서 외야수 출신인 KIA 히라노 켄 코치는 "검지는 글러브의 포켓 바로 뒤에 있죠. 그래서 손가락을 넣은 채 공을 받으면 아픕니다. 공을 받는 훈련을 많이 하는 전지훈련 때는 검지가 붓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히라노 코치는 현역 시절 전혀 다른 방법으로 글러브를 착용했다. 5개 손가락 모두를 제 자리에 끼워넣었다. 글러브도 다른 선수들 것과는 달랐다. "보통 외야수들은 뜬 공을 잡기 쉽도록 넓고 큰 글러브를 사용하지만 제 경우는 잡은 후 송구할 때 꺼내기 쉽도록 남들보다 작은 글러브를 썼습니다." 리그 최다보살 기록을 몇 번이나 달성한 히라노 코치다운 사고 방식이었다.
배터리나 내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중해서 관찰할 기회가 적은 외야수. 그들이 글러브를 낀 손에 주목해 야구를 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되지 않을까.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