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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소속 장애인선수 257명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운동한다.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스포츠 업무를 통해 월급을 받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장애인선수도 기업도 모두 만족스럽다. 기업 입장에선 ESG 경영 시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불이행에 따른 고용부담금 문제를 해결할, 신통한 솔루션을 찾았다. 윈-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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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이사장이 작년 3월 2일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챙긴 건 역시 코로나19로 취업난에 놓인 장애인들의 일자리 문제였다. 일자리 예산을 780억원으로 증액했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장애인들이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도록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구로디지털훈련센터를 열었다. 경기도 동탄에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을 착공하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엔 보조공학센터도 신설했다.
장애인선수들의 일자리를 위한 '체육 직무 개발' 역시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수많은 '맞춤형' 노력 중 하나다. 공단은 1월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체육 직무 장애인고용 확대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매월 정기회의를 열고 표준화된 제안서를 마련해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대기업을 방문, 제안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그 결과 코웨이, 대한항공, SK에코플랜트 등 국내 유수 대기업이 장애인 선수를 고용하고 선수단을 창단하는 성과를 일궜다. 올 상반기 서울 포함 전국 55개 기업에서 신규고용한 장애인 선수는 450여명에 달한다. 조 이사장은 "적합한 직무를 찾지 못해 장애인고용을 꺼렸던 대기업에 '체육 직무'라는 포용적 직무를 제시해 장애인 고용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과 함께 선수들의 출전 및 메달 획득을 통한 기업 홍보 등 부담금 감면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고 보람을 전했다.
조 이사장은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이 선수들을 '체육 근로자'로 명명했다. "'체육 근로자'는 이제 시작이다. 취업도 중요하지만 향후 고용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양적 증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질적 향상"이라면서 "'체육 근로자'들이 느끼는 여러 사정들을 두루 살피고, 고용유지를 위해 선수와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일들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체육회도 현장을 수시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일터에선 선수가 아니라 스스로 근로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도 고용공단의 관점에선 근로자"라면서 "'체육 근로자'로서 이 기업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좋은 예
장애인 고용과 취업, 장애 인식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는 자연스럽게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야기로 흘렀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천재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의 성공을 조 이사장은 누구보다 반겼다.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장애인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면서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국민적인 큰 사랑을 받았다. 가장 좋은 인식 개선 교육은 '우영우'처럼 언론, 매체, 드라마 등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료로서 함께 일하는 일상이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부터 법정의무교육으로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시행해온 공단 역시 최근 문화예술, 스포츠를 통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적극 기획, 활용중이다. 조 이사장은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한빛에술단이 '문화체험형' 직장내 인식 개선 교육인 공감콘서트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스포츠체험형 인식개선 사업도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장애인 은퇴선수들이 진행하는 '드림패럴림픽'을 직장내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9월 20~23일 제주에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를 개최한다. 장애인 바리스타, 웹마스터, 시각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가운데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 기업의 인식 개선, 관심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사다. 우리 곁의 '우영우'들을 발견할 소중한 기회다. 조 이사장은 "'우영우 신드롬'이 차별과 편견의 틀을 깨고 도전하는 장애인 선수들을 향한 응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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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 행정가에서 장애인 고용 전문가로 맹활약중인 조 이사장은 스포츠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업무중 만났던 장애체육인들의 열정과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장애인에게 있어 스포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동등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한 공간에서 땀 흘리며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어떠한 편견도, 차별도 없다. 스포츠는 장애인들을 세상 속으로 이끄는 힘이자 자신감이다. 스포츠를 통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스포츠조선과 서울시장애인체육회가 11월 5일 개최할 장애-비장애학생들의 '서울림운동회'에도 확고한 지지의 뜻을 표했다. 어린 시절, 체육시간에 대한 질문에 그는 "70년대 전남 진도초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엔 늘 교실을 지켰다. '수우미양가' 중 체육은 늘상 '양가'였다"고 했다. '운동회'는 장애학생들에겐 범접하기 힘든 '로망'이었다. 조 이사장은 "가을운동회 때 공책 한번 못타봤다. 박수만 쳤다. 공책 타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돌아봤다. 중고등학교 시절, 특수학교인 삼육재활학교로 진학하면서 체육시간이 즐거워졌다. "휠체어농구도 하고, 휠체어육상도 했다. 비록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는 아니지만 1981년 키비탄어린이대잔치에서 처음으로 딴 동메달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장애학생도 체육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 장애학생들과 함께 하는 체육교육을 접할 기회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함께 하는 통합체육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 자체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가까워지고 편견을 해소하는 인식개선 교육의 효과가 크다"며 기대를 전했다.
'스포츠 사랑 CEO'의 철학처럼 공단 직원들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어울림 체육'이다. 올 1월엔 '아이스크림' 내기를 걸고 전직원 보치아 대회를 열었다. "저기 A대리가 우리 보치아 에이스"라는 이사장님의 칭찬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6월엔 장애인, 비장애인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장도 오픈했다. 조 이사장은 "테니스장을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체육시설로 바꿨다"면서 "직원들이 함께 땀 흘리고 스트레스를 날리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도 더욱 깊어지더라"고 귀띔했다.
장애인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고자 불철주야 고민중인 조 이사장은 2027년까지 전국 150개소가 건립될 '평창 레거시' 반다비체육센터가 장애인 선후배들의 유쾌한 일터이자 사랑방이 되길 열망했다. "반다비센터가 전국 77개소 선정을 마쳤다. 이곳에 장애인 2명씩만 고용해도 150명이 넘는다. 각 지역을 빛낸 장애인 은퇴선수가 센터에서 지도자, 행정가로 활약하고, 매점, 용품, 커피숍도 장애인들이 운영할 수 있다. 반다비센터가 지역 장애인들의 건강한 사랑방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 '체육 근로자'들에게 정말 좋은 기회"라고 했다.
분당=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