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로 텅 빈 부산 옛도심, 2030년까지 빈집 2천채 정비
철거비 증액하고 재개발사업 시유지 무상 제공
무허가 빈집 철거 법개정, 재산세 감면 등 제도개선 건의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가 내년부터 2030년까지 빈집 2천채를 정비하는 등 대대적인 빈집 정비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시는 21일 오전 시청 대회의실에서 박형준 시장 주재로 '제47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빈집을 정비해 새로운 공간 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각계 전문가들과 부산형 빈집 정비 혁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부산은 인구감소, 고령화, 신축 아파트 선호 등으로 기존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이탈하면서 도심 내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2008년부터 '공·폐가 철거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에는 취약계층을 위해 빈집을 리모델링한 후 반값으로 임대하는 사업인 '햇살둥지 사업'을 추진했다.
지금까지 빈집 3천689채를 철거하고, 654채를 리모델링하는 등 총 4천343채를 정비했다.
2019년 국토교통부 빈집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산이 5천69채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많았다. 현재 부산에 있는 빈집은 4천여채로 추정된다.
시가 이날 회의에서 4가지 방안을 담은 '부산형 빈집 정비 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자치구와 합동으로 빈집 매입 사업, 빈집 모니터링체계 구축 등 빈집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한다.
사업비 부담으로 철거가 어려웠던 고지대, 골목길 등에 위치한 폐가 철거를 위해 내년부터 철거비와 리모델링비를 2배 이상 증액해 2천900만원까지 지원한다.
2025년 47억원을 투입해 180채를 정비하고, 2030년까지 2천채를 정비하기로 했다.
경사지 빈집을 포함한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시유지를 무상 제공하고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세계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고품격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부산형 신주거모델'을 추진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빈집 소유주 동의를 받은 빈집 정보를 시·구·군 누리집에 게시하고, 지역 부동산중개협회에서 빈집 거래 활성화를 도모한다.
빈집 소유주의 동의가 없으면 빈집 철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소유주를 대상으로 철거, 리모델링사업, 매입사업, 빈집 활용 우수사례 등을 안내하기로 했다.
시는 무허가 빈집 철거하기 위한 관계 법개정, 빈집 정비를 유도하기 위한 재산세 감면, 빈집세 부과, 빈집 정비 국가 지원 확대 등 제도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성태 부산시 주택건축국장은 "부산은 6·25전쟁 때 생긴 무허가 건물로 인한 빈집이 많고, 최근 인구 감소와 고령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등으로 빈집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공공기관, 전문가, 지역민이 함께 힘을 모아 부산만의 특색있는 도심 공간이 조성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산형 빈집 정비 혁신 대책이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연결돼 빈집 문제 해결에 새로운 혁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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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24-11-21 15:3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