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타겸업 오타니? 아니 올해는 저지의 해! 25G 4홈런→3G 4홈런, "슬로스타트 극복하려고 캠프서 한게 있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흥행 측면에서 작년 한 해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해였다면, 올해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시즌이 되지 않을까.
불세출의 두 슈퍼스타는 2021년 이후 MVP를 놓고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다. 2021년 오타니가 첫 MVP에 올랐을 때 저지는 FA를 한 시즌 앞두고 있었다. 저지는 2022년 AL 한 시즌 최다인 62홈런을 터뜨리며 투타 겸업 신화를 이어간 오타니를 제치고 생애 첫 MVP에 등극했다. 그리고 9년 3억6000만달러에 양키스에 잔류했다.
그해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을 모두 채웠지만, 62홈런 기록을 보는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의 시각은 특별했다. 오타니는 당시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과 통화에서 자신이 MVP가 되지 못한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타니는 2023년 MVP를 되찾았다. 44홈런을 때리며 AL 홈런왕에 등극했고, 투수로는 10승5패, 평균자책점 3.14, 167탈삼진을 마크했다. 반면 저지는 부상 때문에 두 달 가까이 쉬는 바람에 37홈런에 그쳤다.
그리고 오타니가 10년 7억달러에 다저스로 옮긴 지난해 두 선수는 나란히 역사에 남을 시즌을 보냈다.
오타니는 54홈런-59도루로 역사상 최초의 금자탑인 50-50 클럽을 개설했다. 그는 BBWAA 소속 30명의 기자단 전원으로부터 1위표를 받아 3번째 MVP도 만장일치 의견으로 거머쥐었다. 그런데 저지도 타율 0.322에 58홈런-144타점을 마크하며 만장일치로 AL MVP에 등극, 2년 만에 최고의 선수 자리를 탈환했다.
작년 투수로는 쉰 오타니가 AL에 남았다고 해도 MVP는 저지의 차지가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을 정도로 매우 인상적인 시즌이었다. 양 리그를 통틀어 홈런, 타점, 볼넷, 출루율, 장타율, OPS, OPS , WAR 모두 1위였다.
어쨌든 작년 두 선수의 활약상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당분간 NL은 오타니, AL은 저지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올시즌 출발은 저지가 압도적이다. 오타니는 31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5경기에서 타율 0.333(18타수 6안타), 2홈런, 2타점, 8득점, 5볼넷, 3삼진, OPS 1.200을 기록 중이다. 도루도 1개를 성공했다.
그런데 저지의 활약상은 차원이 다르다. 3경기에서 벌써 4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30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솔로포-만루포-투런포를 잇달아 작렬하더니,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밀워키전에서는 1회말 투런홈런을 작렬했다. 풀카운트에서 밀워키 선발 애런 시벌리의 89.7마일 한복판 커터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타구속도 113.1마일, 비거리 410피트.
이후 밀워키 투수들은 저지와의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볼넷으로 내보냈다. 정면 승부를 피한 것이다.
이로써 저지는 타율 0.545(11타수 6안타), 4홈런, 11타점, 8득점, 3볼넷, OPS 2.461을 기록했다. 홈런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에우헤니오 수아레즈와 공동 1위이고, 타점과 OPS는 양 리그를 합쳐 1위다.
작년과는 사뭇 다른 시즌 출발이다. 저지는 지난해 시즌 4홈런을 25경기 만에 쳤다. 4월 말 현재 타율과 OPS는 0.207, 0.754에 그쳤다. 이 때문에 저지는 올시즌 목표를 슬로 스타트 극복으로 정했다. 스프링트레이닝 때부터 이 부문에 신경을 썼다.
저지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현지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캠프 때 말씀드렸지만, 난 작년보다 3,4월에 더 잘하고 싶다. 스프링트레이닝서 그와 관해 스윙폼을 조정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공격 부문이다. 내가 타석에 설 때마다 주자들이 있고, 내 앞 타자들이 아웃되더라도 7,8,9구까지 승부하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더욱 쉬워진다"고 밝혔다.
애런 저지 양키스 감독은 "저지가 좋은 첫 달을 보낼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개막 시리즈에서 정말 멋진 활약을 보여주니 좋다"며 반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2025-03-31 20:3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