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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다 났다."
지난해 말, 성남은 통일교 계열 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 축구단 운영 포기를 선언한 뒤 시민구단으로 재창단됐다. 구단 운영비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고육지책으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주전급 선수를 이적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박 감독이 부임하기 전 선수들의 이적이 결정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빼돌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기존 수뇌부의 행정에 일침을 가했다.
박 감독은 전력 약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외국인선수들의 기량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한 명은 연봉 100만달러(약 10억원)인데 어떻게 쓰겠는가. 또 한 명은 부상을 안고 있다. 게다가 한 명은 지난시즌 다른 팀에 임대를 보냈는데 연봉은 성남에서 줬더라. 말이 되는가. 제파로프를 제외하고 전부 활용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박 감독이 위안을 삼는 것은 테스트 선수들이다. 박 감독은 1차 테스트생 41명 중 10명을 추렸다. 13일부터 울산 울주에서 재개되는 2차 동계훈련에서 4~5명을 최종 발탁한다는 계획이다. 박 감독은 "기존 선수들보다 차라리 테스트생이 낫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의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것은 촉박한 준비기간 때문이다. 2014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까지 손발을 맞출 시간이 고작 2개월 뿐이다. 그래서 박 감독은 우선 순위를 바꾸었다. '체력, 조직력, 팀워크'로 대변되는 자신의 축구색깔을 입히는 것보다 당장 프로무대에 통할 선수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 감독은 "대구FC 창단 감독 때는 처음 프로에 발을 내딛는 선수다보니 이해라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그래도 해볼 때까진 해봐야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