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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에이스 류현진(25)과 국내 야구팬들에게는 가슴 졸이는 순간이다.
한화는 지난 1일자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류현진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했다. KBO의 통보를 받은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현지시각 3일 오전에 각 구단에 류현진을 공시했다.
규정상 공시 이후 4일 이내에 류현진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은 포스팅 금액을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휴일(토, 일요일)이 끼어 있었기 때문에 마감 시한이 길어졌다.
KBO에 따르면 한국-미국간의 시차 때문에 투표 마감시간처럼 '몇일 몇시'까지로 못박아 놓은 것은 없다. 이르면 9일 오후, 늦어도 10일 오전까지 MLB 사무국의 포스팅 접수 결과가 통보될 것이라는 게 KBO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류현진은 일단 자신을 원하는 구단과의 독점 협상권을 얻는데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과 한화 구단이 사전에 설정한 포스팅 금액 가이드라인이 적정 수준이기 때문이다.
류현진과 한화 구단이 설정한 가이드라인은 1000만달러(약 108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이드라인은 류현진의 미국 진출 운명을 결정하는 마지노선이다.
이 금액에서 한 푼이라도 미달할 경우에는 미국 진출을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약속된 상태다. 반대로 가이드라인 이상의 최고 입찰액이 나오면 한화는 류현진에게 본격적으로 길을 터줘야 한다.
한화 구단은 당초 류현진과 약속한 가이드라인을 비공개에 붙인다는 방침이었다. 류현진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데다, 가이드라인 미리 공개되면 미국측에서 그 수준에 맞춰 입찰액을 가능한 적게 쓰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팅 신청이 사실상 마감된 시점에 이르자 류현진과 친한 야구선수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가이드라인 금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1000만달러라는 구체적인 금액인 등장한 것이다.
우선 이 금액을 놓고 보면 한화가 턱없이 높은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게 아니냐는 일부 팬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전문가들이 예측한 적정 금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류현진에 대한 예상 포스팅 금액은 500만∼1500만달러가 주를 이뤘던 게 사실이다.
최고 2000만달러까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던 만큼 한화 구단이 KBO로부터 통보받은 최고 입찰액은 가이드라인을 통과하는데 별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그동안 미국 진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왔던 점을 되짚어 보더라도 가이드라인의 적정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시상식에 참석해 "입찰 금액이 내 기준을 넘지 못한다면 절대 진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투수로서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가이드라인을 통과할 자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향후 행보에서도 가이드라인 통과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다음 단계인 최고 입찰액 구단과의 30일간 독점 협상에 착수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명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게 협상권을 맡긴 류현진은 오는 12일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3일 정도 머물 예정인 류현진은 현지에서 스캇 보라스와 입단협상 대책을 논의한 뒤 일시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2∼3일간 신변정리를 마친 뒤에는 입단과 관련한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될 때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12월초 예정된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 녹화 스케줄도 취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류현진의 입단식이 성사된다면 곧바로 현지 겨울훈현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국내로 곧장 돌아올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류현진은 이미 가이드아라인을 뛰어넘어 한국 팬들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