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엔트리서 왜 빠졌나
기사입력 2008-05-22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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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27ㆍ맨유)이 역사의 현장에서 버림받았다. 박지성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전 최종 엔트리(18명)에서 제외되며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박지성이 없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텅 빈 느낌이었다. '박지성의 개고기송'도 없었다. 물론 박지성 스스로도 충격이 컸다.
박지성은 왜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을까.
⊙복병 하그리브스
긱스도 나니도 아니었다. 복병은 박지성의 동갑내기 오언 하그리브스였다.
예상을 깬 것이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례적으로 경기전 친절하게 설명까지 했다. 그는 경기전 인터뷰에서 "최근 하그리브스의 몸상태가 너무 좋았다. 지금 하그리브스의 몸상태는 최고"라며 "그동안 리그 우승에 큰 기여를 한 박지성을 빼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우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형국이다. 잉글랜드 대표인 하그리브스는 올시즌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맨유로 이적해 왔다.
그의 강점은 역시 전천후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하그리브스는 최근 수비수 비디치가 부상하자 브라운이 그자리로 옮기고 생긴 오른쪽 윙백의 공백에 대신 섰을 만큼 다재다능하다. 하지만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기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지성이 측면 플레이에 능한 반면 하그리브스는 측면과 중앙을 모두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도 아니었다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흔든 또 다른 이유는 박지성의 컨디션이었다.
경기를 하루 앞둔 21일 박지성은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훈련을 했다. 한 시간 가량 볼 빼앗기에 이어 9대9 미니 게임을 실시했다.
박지성은 9대9 미니게임에서 루니, 테베스, 하그리브스 등과 한 팀을 이뤘다. 공교롭게 오른쪽 측면은 박지성이, 왼쪽 측면은 하그리브스가 포진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몸놈림은 예전같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고, 플레이도 둔탁했다. 바로 이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빼고 하그리스브를 세운 계기가 된 것 같다.
⊙교체 카드로도 나니에 밀려
'선발에서 제외되더라도 교체 멤버로는 이름을 올린 순 없었을까'라는 또 다른 의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희박했다. 당초에 박지성은 선발이 아닐 경우 엔트리 제외 가능성이 컸다.
그도 그럴것이 교체 카드는 한 방이 있는 선수이 적격이다. 이런 측면에선 박지성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나니보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물론 긱스도 있으나 팀의 상징이란 점에서 애초부터 제고할 대상이 아니었다. 첼시전에서 교체 출전한 긱스는 이날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인 바비 찰튼경의 최다 출전 기록(758경기)을 넘어섰다. 759경기 출전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연장 전반에 교체로 나선 나니도 들쭉날쭉하지만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미드필더로 박지성보다 돌파와 골결정력이 뛰어나다. 교체용으로는 분명 박지성보다 한 발 앞섰다.
<모스크바=김성원 기자 scblog.chosun.com/newsm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