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호나우두, '지옥에서 천당으로'

기사입력 2008-05-22 08:09

　맨유의 우승이 확정되자 루니를 비롯한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맨유의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는 홀로 그라운드에 누워 흐느껴 울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또다시 천국행 열차에 가까스로 오른 호나우두가 우는 건 당연했다.

　호나우두는 전반 26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세계최고의 선수라는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큰 경기에 약하다'는 유일한 약점에 시달린 호나우두로서는 천금같은 골이었다.

　세상에서 호나우두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어보였다. 호나우두의 시즌이었다.

　전광석화같은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예술같은 드리블, 양발과 머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폭발적인 득점력. 이날도 1대1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호나우두 봉쇄를 위해 첼시는 에시앙, 조 콜, 발락 등 3명의 선수가 협력마크해야만 했다.

　모든 상을 싹쓸이했다.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 FWA(영국축구기자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도 떼논 당상이다.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31골)을 차지했고, 내로라하는 팀만 모이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골로 득점킹에 올랐다.

　그러나 95분 뒤 그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승부차기에서 세번째 키커로 들어간 호나우두는 첼시 골키퍼 체흐의 선방에 막히며 실축했다. 그의 실수 한 번에 우승컵은 첼시로 가는 듯 했다.

　그러나 첼시의 다섯번째 키커 존 테리의 어이없는 실축으로 호나우두는 극적으로 부활했다.

　결국 맨유가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차지했고, 호나우두는 세상에서 가장 긴 지옥의 10분을 끝낼 수 있었다.

　호나우두는 우승이 확정된 뒤 "승부차기 실패로 우리가 지는 줄 알았다. 내 인생 최악의 해가 될 뻔했다. 하지만 우리는 승리했고, 우승할 자격이 있었다"며 "나에 대해 올 여름 팀을 옮길 거라는 이적설이 나돌지만 나는 맨유에 머무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 모스크바=김성원 기자 scblog.chosun.com/newsm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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