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7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환자가 내원했다. 그런데 차트를 보니 나이가 60대 초반에 불과했다. 허리가 아파 신경외과를 찾는 분들은 젊은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다. 50대까지는 외모가 나이에 맞춰서 늙어가지만, 60대가 지나면서는 그동안 겪었던 고생의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듯하다. 80이 넘으셨는데도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르신이 있는 반면에, 내원한 환자처럼 60대 초반인데도 최소 10~20년 이상은 늙어 보이는 분도 있다.
게다가 환자의 경우 한눈에 봐도 근육이 많지 않아 보였다. 젊었을 때는 근육의 소중함을 잘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60대 이후부터는 근육이 젊음과 건강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근육은 40세 이후에는 10년에 8%씩 감소한다. 특히 상체보다는 하체의 근육이 더 많이 감소해 상체는 뚱뚱한데도 다리는 가늘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하체 중에서도 허벅지의 근육은 특히 중요하다. 허벅지의 근육들은 대부분 허리나 골반에 붙어있으므로 허벅지 근육이 감소하면 허리나 척추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허벅지 근육이 탄탄하면 척추에 실리는 하중을 대신 감당해줘 척추가 덜 피곤하다.
또한 근육량이 감소하면 골다공증을 유발해 원인 모를 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심장질환, 혈압, 당뇨, 각종 감염병(폐렴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근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실제로 2017년 초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을 정식질환으로 인정했다. 근육 감소를 단순한 노화가 아닌 질병으로 보게 된 것이다.
허벅지 근육보다 척추 건강에 더 중요한 근육은 '척추기립근'이다. 척추를 잡아주는 근육들이 있는데, 이중 대부분은 뒷면에 붙어서 척추를 들어 올려주는 척추기립근이다. 근감소증이 발생하면 척추기립근이 약해져 등을 똑바로 세워주질 못해서 허리가 굽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척추에서 시작하는 근육들이 대퇴부로 연결되기 때문에 다리에 힘이 없어서 잘 걷지 못하게 된다.
근감소증 여부를 간단하게 알아보려면 손을 사용하지 않고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5회 실시해보면 된다.
만약 12초 이내에 안 된다면 근력저하가 의심되므로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이는 세계 근감소증 임상지침(International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for Sarcopenia)에서 제시한 것으로 간단하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방법이다.
현재 세계 근감소증 임상지침에서 유일하게 인정한 치료법은 운동과 단백질 섭취의 병행이다. 비타민D, 아나볼릭호르몬, 약물치료 등을 연구 중에 있지만 아직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치료는 없다. 운동은 저항성 운동을 권장한다. 저항성 운동이란 힘을 준 상태에서 버티고 있는 운동을 말한다. 바벨이나 덤벨을 빠르게 들고 내리는 등의 운동이 아니라, 들고 있는 상태에서 최대한 버티면서 천천히 내리는 운동을 말한다. 이러한 저항성 운동은 근육량을 늘리고 근력을 증대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운동 후에는 적당한 단백질 섭취가 동반되어야 한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다만 미리 준비하면 젊었을 때처럼 근육량이 팍팍 늘어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근육이 감소하는 속도는 최대한 늦출 수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척추건강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운동하고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 근육량을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목동힘찬병원 허준영 원장(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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