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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청년 팬이 추억한 '인간 장명부', 日팬들 심금 울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1-21 08:30


◇이영곤씨가 청보 핀토스 시절 장명부의 백넘버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현해탄의 낙엽'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무로이 마사야

프로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좋아하는 팀, 선수를 응원하는 것 뿐만 아니라 플레이 자체의 묘미에 관심을 갖는 이도 있다. 야구 기록 분석에 푹 빠지는 팬도 적지 않다. 과거의 역사에 흥미를 갖기도 한다. 일본 도쿄 무사시노미술대 영상학과에 재학 중인 이영곤씨(27)는 야구 역사에 관심이 많은 팬 중 한 명이다.

그가 주목한 역사 속 야구 선수는 KBO리그 초창기 활약한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일본명 후쿠시 히로아키)다. 이 씨는 대학 졸업작품으로 장명부를 주제로 한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교내 졸업작품전에 공개했다. 장명부가 KBO리그에서 활약한 것은 이 씨가 태어나기 전인 1983~1986년. 이 씨는 "고교 시절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장명부에 대해 알게 됐다. 처음엔 그가 기록한 30승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지만, 그가 30승을 얻는 과정에서 느낀 고통을 깨달은 순간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스포츠조선DB
요미우리 자이언츠, 난카이 호크스, 히로시마 카프를 거친 장명부는 1983년 삼미 슈퍼스타즈에 입단, 1986년 빙그레 이글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4시즌 간 KBO리그에서 뛰었다. 데뷔 첫 해 100경기 중 60경기에 나서 427⅓이닝을 소화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할 이닝을 던지며 30승(16패6세이브)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전년도 꼴찌였던 삼미는 3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고국에서의 활약은 길지 않았다. 경기 외적으로 좋지 않은 소문이 뒤따랐고, 은퇴 후에도 사생활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은 2005년 54세의 젊은 나이로 작고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 씨는 장명부의 과거 영상 자료를 모은 것 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을 취재하는데 열을 올렸다. 박영길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장명부와 함께 KBO리그에 도전했던 또다른 재일교포 선수 이영규(일본명 기야마 에이큐)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라운드 안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간 장명부'를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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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제작한 '장명부 스토리'는 일본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영화 공개 소식을 접한 이들이 무사시노미술대를 찾아 작품을 감상한 뒤 SNS를 통해 '감명 깊었다'는 감상평을 올리고 있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다는 40대 남성 팬은 이 씨의 작품을 감상한 뒤 "후쿠시(장명부)가 한국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한-일 양국에서 그만큼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 씨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귀중한 기록 자료"라고 평했다.

이 씨는 "이 작품은 재일동포의 비극처럼 비춰질 수도 있지만, 희극이 섞여 있는 드라마틱한 인생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며 자료 제공, 인터뷰 요청에 협조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일 양국 극장에 공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이 씨가 제작한 이 영화의 제목은 '현해탄의 낙엽'이다. 그가 바라본 장명부의 인생은 아름다운 붉은 색으로 물들다 떨어지는 낙엽이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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