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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한단계 성장시킨 차우찬의 열정[무로이 칼럼]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11-16 15:05 | 최종수정 2015-11-17 00:10


대한민국 좌완 투수 차우찬은 프리미어12에서 쾌투를 선보이고 있다.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11.14

필자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출전하는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일본에서 출판되는 대회 공식 가이드북의 한국대표팀 소개를 담당하고 있다.

가이드북에는 한국 팀 전력분석과 예상 선발라인업, 투수들의 예상 보직 등이 있다. 또 투타의 키 플레이어를 한 명씩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번 프리미어12에서는 타자부문에선 고민없이 박병호(넥센)를 뽑았다. 그런데 투수 키플레이어를 꼽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일본에서도 지명도가 높고 개막전인 일본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았던 김광현(SK)을 소개할까 했지만 결국 차우찬(삼성)을 키플레이로 결정했다. 이번 대회 전체를 볼 때 차우찬은 선발은 물론 다양한 장면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힘이 있는 직구에 결정구인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의 볼 끝이 추천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번에 처음으로 개최된 대회 프리미어12. 대회직전에 실시한 합숙훈련과 쿠바와의 평가전 때 한국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이번 대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차우찬은 이 대회에 대한 의욕이 다른 선수와 달랐다. 차우찬은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어요. WBC(2013년)에서는 한 타자만 상대했고, 팀 성적도 안 좋았습니다. 이런 국제 대회에서 많이 던지면 저에게도 꼭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차우찬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173이닝을 던져 194개의 삼진을 잡아내 탈삼진왕에 올랐다. 한국시리즈까지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쉬고 싶다"라는 말을 해도 이해가 될텐데 차우찬은 "컨디션은 좋다. 나가고 싶다"는 말을 계속했다.

차우찬에게 자신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대결이 있었다. 일본의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요미우리)와의 승부였다. 한국시리즈 때 차우찬에게 일본타자에 대해 물어봤을 때 "오키나와 캠프 때 사카모토와 몇 번 대결했는데 어떻게 던지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타자였어요"라고 했다. 차우찬과 사카모토와의 대결은 지난 8일 삿포로돔에서 이뤄졌다. 연습경기가 아닌 공식전은 처음.

0-2로 한국이 뒤지고 있던 4회말 1사 2루. 차우찬은 3번째 투수로서 사카모토와 만났다. 결과는 2루수 플라이로 그는 목표 하나를 이뤘다. 차우찬은 "두 개 연속으로 볼을 던져 빨리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라이크를 하나 잡은 뒤 4구째는 실투였는데 다행스럽게 2루수 플라이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차우찬은 장소를 대만으로 옮긴 14일 멕시코전에서는 타자 11명을 상대로 삼진을 8개나 잡아내며 1점차 승리를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차우찬은 경기후 "시즌 때보다 구위는 좋지 않다"면서도 "유리한 카운트가 되면 확실한 무기가 있다"며 자신있는 모습을 보였다. 차우찬은 기대한대로 좋은 피칭을 하면서 자기 실력도 향상시키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에 대해 "투수가 약하다"라는 평가가 많이 있었는데 차우찬을 비롯한 다른 투수들이 선전하고 있다.

한국 경기를 계속 지켜본 세이부 라이온즈의 스카우트는 "우리는 당장 데려갈 선수를 보려고 오는게 아닙니다. '몇 년 후'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알고 싶어서 왔어요"라고 했다.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서 '몇 년 후의 가능성'을 생각해볼 때 2017년 WBC의 한국대표 에이스 차우찬은 어떨까. 2017년 WBC에는 키 플레이어로서 차우찬의 이름을 고민없이 말하고 싶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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