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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가족영화가 연말연시 극장가를 휩쓸었다. 심형래 감독, 주연의 '라스트 갓파더'와 차태현 주연의 '헬로우 고스트'가 흥행 1, 2위를 차지했다.
이중 '라스트 갓파더'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이 영화는 심형래가 자신의 대표 캐릭터인 '영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마피아 대부의 숨겨진 아들인 영구가 조직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후 벌어지는 소동을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로 그렸다.
'라스트 갓파더'는 '디 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심형래 감독이 개봉 전부터 각종 TV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이 눈에 띈다. '디 워'처럼 눈물이나 애국심을 내세우는 전략을 접고 '영구' 캐릭터를 내세워 웃음으로 안방을 공략하는 점은 다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와 흥행 성적의 관계도 '디 워'와 유사하다. 언론과 평단은 영화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영화의 서사, 연출, 연기 등은 엉성한 면이 많다. 하지만 관객들의 선택은 달랐다. '디 워'는 사회적 이슈까지 만들어내며 840만 관객을 동원했고, '라스트 갓파더'의 초반 흥행도 순조롭다.
그 이유는 뭘까. 역시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영화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극장 성수기에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초등학생들은 영구의 바보같은 행동을 보며 웃고, 어른들은 영구 캐릭터의 추억에 젖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가 별로 없었다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극장가에 많은 관객이 몰리는 것도 흥행 요인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이같은 분석은 '헬로우 고스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살시도를 밥 먹듯이 하는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은 가족 유령의 도움으로 삶의 희망을 찾는다는 스토리가 가족영화로 적당하다. 여기에 휴머니즘이 바탕에 깔려 있어 눈물샘을 자극한다. 코미디 영화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많다. 홍보는 미약했지만, 영화 자체의 재미와 입소문으로 2위에 올랐다.
반면 나홍진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 김윤석이 출연한 '황해'는 571개관에서 38만5580명(14.6%)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지난주 1위에서 2계단 떨어졌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의 누적 관객은 176만2759명이다. 화제성은 뛰어나지만, 영화의 잔혹성이나 완성도에 대한 비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라스트 갓파더'와 '헬로우 고스트'는 연말연시에는 코미디, 가족영화가 자극적인 액션 스릴러보다 흥행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한편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1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23만5600명을 모아 4위를 차지했고, SF 영화 '트론-새로운 시작'은 20만6456명으로 5위에 올랐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해리 포터와…'의 누적관객은 256만5780명이다.
이어 애니메이션 '새미의 어드벤쳐'와 '극장판 포켓몬스터 DP-환영의 패왕 조로아크', 조지 클루니 주연의 '아메리칸', 최강희 이선균 주연의 '쩨쩨한 로맨스', 러셀 크로의 '쓰리 데이즈'가 10위 안에 들었다. '쩨쩨한 로맨스'는 지난달 1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203만9675명을 기록하면서 200만명을 돌파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