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후보에서 KS까지…삼성 사자군단, 졌지만 지지 않았다
젊은 타선 성장-안정된 마운드…KS 진출까지 성공
코너, 구자욱, 원태인 부상 낙마…하늘까지 외면하며 도전 마침표
(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삼성 라이온즈는 2024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꼴찌 후보로 꼽혔다.
2022년 7위, 2023년 8위에 머무르는 등 최근 부진한 성적을 거뒀던 삼성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리그 판도를 바꿀 만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불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 김재윤(34), 베테랑 임창민(39)을 영입하고 내부 FA 오승환(42)과 계약했으나 여전히 물음표는 지워지지 않았다.
삼성은 네 시즌 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뷰캐넌과 재계약에 실패했다. 아울러 외국인 투수 앨버트 수아레즈는 지난해 8월 종아리 파열 부상으로 일찌감치 결별했다.
2021년부터 3시즌 동안 통산 73개의 홈런을 날린 호세 피렐라도 수비 문제를 이유로 재계약하지 않았다.
주변의 우려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더 커졌다.
삼성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국내 팀들과 치른 9차례 연습경기에서 1무 8패의 성적을 거뒀다.
투수들은 매 경기 난타당했고, 타자들도 무기력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을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2약'으로 분류했다.
시즌 초반 삼성은 전문가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개막 후 11경기에서 2승 8패 1무의 성적을 거두며 9위로 처졌다.
새 외국인 투수 대니 레예스와 코너 시볼드가 초반 3경기에서 각각 평균자책점 7.90, 5.94로 부진했고 타선 역시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막 후 11경기에서 타율 0.260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 뿐이었다.
말 그대로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4월 중순 이후 무섭게 치고 올라섰다.
레예스와 시볼드가 KBO리그 적응을 마치며 앞문을 책임졌고 임창민, 김재윤, 오승환 등 베테랑 불펜들이 7회 이후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갔다.
여기에 젊은 야수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김영웅, 김지찬, 이재현 등 젊은 내야수들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중심타자 구자욱과 베테랑 김헌곤 등 기존 선수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6월 초엔 오재일(kt wiz)과 일대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박병호가 중심 역할을 했다.
삼성은 4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두 달 동안 치른 50경기에서 30승 20패 승률 0.600의 성적을 거두며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삼성은 전반기를 44승 39패 4위로 마쳤으나 그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전반기 막판 5연패 하자 흐름을 끊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이병규 수석 코치, 정민태 투수 코치, 이정식 배터리 코치, 권오준 불펜 코치를 모조리 2군 혹은 재활군으로 내려보냈고, 타율 0.294, 4홈런, 36타점의 양호한 성적을 거둔 외국인 타자 맥키넌까지 퇴출했다.
삼성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맥키넌 대신 영입한 새 외국인 타사 루벤 카데나스가 태업 움직임을 보이자 과감하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발 빠르게 새 외국인 타자를 물색해 르윈 디아즈를 영입했다.
새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참가하기 위해선 8월 15일까지 입단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삼성은 마감 일자를 단 하루 앞둔 8월 14일에 극적으로 입단을 매듭지었다.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 등 베테랑 불펜들이 체력 문제를 드러내자 이미 은퇴 선언을 했던 송은범을 영입하기도 했다.
치열한 막판 순위 싸움을 이겨낸 삼성은 정규시즌을 2위로 통과하며 플레이오프(PO) 직행에 성공했다.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가을 야구를 앞두고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PO를 앞두고 외국인 투수 코너가 어깨 부상을 이유로 미국으로 돌아갔고, PO 대비 연습경기에선 좌완 베테랑 백정현이 타구에 맞아 손가락이 부러져 시즌 아웃됐다.
PO 2차전에선 중심 타자이자 주장인 구자욱이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쳐 전력에서 낙마했다.
우여곡절 끝에 LG와 PO를 3승 1패로 잡아낸 삼성은 한국시리즈(KS)에서도 불운에 눈물을 흘렸다.
삼성은 KIA와 KS 1차전에서도 6회까지 1-0으로 앞서는 등 기세를 올렸으나 해당 경기가 우천으로 서스펜디드게임이 되면서 흐름을 잃었다.
KS 1, 2차전을 모두 내준 삼성은 KS 3차전에서 승리하며 KIA를 몰아세웠으나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KS 4차전에서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또다시 타격을 받았다.
계속된 악재를 이겨내지 못한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KS를 마감했다.
삼성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으나 많은 과제도 발견했다.
먼저 노쇠화된 불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은 올 시즌 막판 뚜렷한 체력 문제를 겪으며 한계를 보였다.
내야 사령관인 류지혁도 FA로 풀린다.
외국인 선수 재편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부상 선수 회복에도 신경 써야 한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투수에게 치명적인 부위인 어깨를 다친 만큼, 건강한 몸으로 2025시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사자 군단은 쉴 틈이 없다. 삼성은 2025년을 향해 다시 뛰어야 한다.
cycle@yna.co.kr
<연합뉴스>
2024-10-28 23:3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