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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수비코치의 '펑고의 중요성', 100% 수비율이 목표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03-23 15:08 | 최종수정 2020-03-24 09:28


LG 트윈스 유지현 수석 겸 수비코치. 사진=무로이 마사야

야구는 실패를 허용하는 스포츠다. 타자는 3할을 치면 성공이다. 7할의 실패로 비난받지 않는다. 또 투수도 세 타자를 상대로 안타나 볼넷을 내줘 만루 상황을 맞아도 후속 세 타자를 막아내면 실점하지 않는다. 이론상 전체 타자 중 절반을 아웃시키면 패하지 않는다.

반면 100%에 가까운 성공이 요구되는 부분도 있다. 수비가 그렇다. 작년 KBO리그 전체 수비율은 9할8푼1리였다. 야구에서 수비는 중요한 경기 요소인데, 수비 실력을 강화하려면 많은 훈련이 요구된다. 하지만 배팅이나 피칭에 비해 수비는 혼자 연습하기 쉽지 않다. 펑고를 쳐주는 이(주로 수비코치)가 필요하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10년 넘게 수비코치를 맡았던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특유의 톤 높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캠프에서 제일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수비코치에요."

수비코치는 전체 수비 훈련은 물론이고 투수와 야수의 연계 플레이, 또 야수들의 개인훈련까지 지도해야 한다. 펑고는 단순히 배트로 공을 치는 게 아니다.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 류 감독은 그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야수 정면으로 땅볼을 칠 때는 공의 중심을 쳐서 원바운드 또는 투바운드 타구를 만듭니다. 또 공을 회전시킬 때는 공의 위쪽을 치고, 공의 아래쪽을 치면 세 번째 바운드에서 높게 튀어 오르기도 합니다."

수비수가 다양한 타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비코치는 정교한 펑고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류 감독은 이런 말도 했다. "요즘 수비코치들은 야수 좌우 방향으로 펑고를 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필자는 최근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면서 새롭게 수비코치를 맡은 코치들의 펑고를 보며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유지현 LG 수석코치 겸 수비코치의 펑고 기술은 그야말로 '명품급'이었다. 류 감독과 비슷한 펑고 이론을 갖고 있는 유 코치는 선수의 마인드를 감안해 펑고를 쳐준다고 했다.


"선수는 실패하면 기분이 어두워지니까(나빠지니까) 가끔 유머도 섞어 즐겁게 훈련할 수 있게 이끌어야 합니다." 유 코치의 수비 훈련 방식이다.

유 코치는 펑고 타구의 질은 물론 강약 조절도 감안하면서 선수들을 앞에 두고 공을 쳤다. 유 코치는 수비코치의 역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수비코치는 투수와 야수, 양쪽을 관리하는 특별한 보직입니다. 양쪽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수비 코치의 펑고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고토 고지 야수 종합코치(전 두산 베어스 코치)도 그중 한 명이다. 고토 코치는 은퇴 후 뉴욕 양키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펑고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현역 때는 좌타자였지만 야구계에 우타자가 많기 때문에 오랜 연습 끝에 우타로 펑고를 치고 있습니다."

감독들은 100% 수비 성공을 바란다. 이를 위해 수비코치들도 100%의 준비와 노력으로 펑고를 날리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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