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대만에서 열린 21세 이하 국제대회인 제1회 21U 야구월드컵. 한국은 대만과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프로 15명(상무, 경찰청 포함), 대학 9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는데, 이 중에 내년이 기대되는 선수가 있었다.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임기준(23)이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차 2라운드 출신인 임기준은 이제 경찰청에서 제대해 KIA에 복귀한다. 1군 통산 성적은 2012년에 3경기 3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올시즌 2군 25경기에 등판해 6승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했다.
당시 임기준의 공은 위력적이지 않았지만 바깥쪽의 낮은 제구가 좋았다. 임기준은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가 좋았어요. 근데 스트라이크 존이 약간 넓었던 것 같아요. 준비를 차분하게 했던 게 좋았어요"라고 밝혔다.
임기준이 일본전서 호투한 이유에 대해 대표팀 코치를 맡은 박치왕 상무 감독은 "기준이의 피칭폼은 타자에서 보면 팔이 숨겨진 상태에서 나오니까 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 상대를 모른다는 점에서 부담없이 편하게 던질 수 있었지요"라고 설명했다.
임기준은 7회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1루 주자를 견제아웃시키기도 했다. 일본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임기준의 견제폼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지만, 임기준은 그것 마저도 극복해냈다.
"부담없이 던졌습니다.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고 한 임기준에게는 현지 팬도 생겼다. 일본전 다음날에 대만의 여성 팬들이 임기준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임기준은 깜짝 스타가 됐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내년 선발 자원을 보강해야 한다. 임기준이 그 자리를 메운다면 KIA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 될 터. 임기준은 "제대하고 마음의 부담은 없어졌습니다. 스프링캠프 때 잘 해서 1군에서 뛰고 싶습니다"며 내년 목표를 말했다.
야구는 정신력의 싸움이기도 한다. 상대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과 대만을 상대로 호투하며 갖게 된 자신감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임기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