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사카에서 열린 오승환의 한신 타이거즈 입단식. 일본 프로야구에 먼저 진출한 다른 한국 선수들의 입단식과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필자는 그동안 임창용, 이혜천(이상 야쿠르트), 김태균(지바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의 일본 입단식에 참석했다.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는 "이 한국인 선수는 어떤 사람일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게 없었다. 오승환이 이미 한국에서 입단 조인식을 했고, 일본에 입국한 지 4일이 흘렀다는 점이 작용을 했다. 또 한신의 홈 지역인 간사이 지역에서 오승환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와 기본적인 정보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입단식 때 오승환에게 "일본에 대해 어떤 것을 알고 있나"같은 질문은 거의 없었다.
미디어들도 비슷했다. 주로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와 보직, 컨디션 조절 계획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오승환도 이전 한국 선수가 입단식 때 했던 말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도전'이나 '배우고 싶다'같은 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보통 한국인 선수가 일본에 입단할 때 관심사는 양국 야구 수준 차이에 따른 활약 여부다. 하지만 오승환 본인은 물론, 주위에서도 물음표를 달지 않았다.
오승환의 뛰어난 대응능력도 돋보였다. 입단식에서는 보통 숫자가 담긴 목표를 묻는 질문이 나온다. 선수가 구체적인 숫자를 말할 필요가 없는데, 같은 질문이 반복적으로 나올 때 귀찮아서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오승환은 "블론 세이브를 하지 않고 승리를 지키는게 중요하다", "개인기록 보다 팀의 우승을 위해 부상없으면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대답했다.
사실 오승환은 일본 내 인지도가 국제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준 김태균이나 이대호(전 오릭스), 김광현(SK)에 비해 높지 않았다. 하지만 한신이라는 인기 구단에 입단했고, 마무리 투수로서 확실한 실적을 냈기에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100명이 넘는 취재진과 야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오승환의 한신 입단식. 외국인 선수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신뢰감과 기대감이 흘러 넘쳤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