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해도 너무 애매해' 포스팅으로 MLB 문 두드린 김혜성, 윈터미팅에서 관심 못 받은 이유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장점은 애매하고, 단점은 뚜렷하다.'
김혜성(25)은 과연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포스팅 초반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더욱 적었다. 김혜성에 대한 관심도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무대였던 윈터미팅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김혜성은 지난 5일 포스팅을 신청했다. 이는 현지시각으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리는 MLB 윈터미팅을 겨냥한 포석이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단장과 감독, 구단 관계자, 에이전트, 취재진이 총출동하는 윈터미팅은 하나의 대형 세일즈 마켓이나 마찬가지다. FA와 포스팅 선수들의 계약이 활발히 이뤄진다.
실제로 이번 윈터 미팅 기간에 후안 소토가 뉴욕 메츠와 역대 최고액인 15년-7억6500만달러에 계약을 성사시켰고, FA 유격수 최대어인 윌리 아다메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년 1억8200만달러에 계약했다. 한 마디로 '될 법한 선수'들은 윈터미팅을 통해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거물급 FA라도 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계약이 가능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다는 것. 하지만 김혜성에 대해서는 달랐다.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팀이 등장하지도 않았고, 현지 매체들 또한 김혜성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당초 김혜성의 유력한 행선지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LA에인절스 등이 거론됐다. 여기에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김혜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 구단은 윈터미팅에서 김혜성에게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몇 차례 만남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입단 협상으로 발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이 이처럼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영입하기에는 애매한 포지션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김혜성은 '주력과 수비력'을 강점으로 어필하고 있지만, 메이저리그 관점에서 보면 이는 그렇게 매력적인 지표가 아니다.
특히 수비력 측면에서 보자면 '2루수 한정'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어렵다. 김혜성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다. 2021년에는 유격수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이후 포지션을 2루로 바꿔 2022, 2023 2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 2루수에 한정해서 보자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유격수와 3루수 부문에서는 기록이 다소 떨어진다. 유격수로 284경기 1924이닝을 소화했는데 수비율이 95.4%에 그쳤다. 무엇보다 약한 송구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돼 2022년부터는 2루수로 거의 고정되다시피 했다.
3루수로서는 역량이 매우 떨어진다. 단 19경기, 95이닝 밖에 뛰지 않았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잠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김혜성에게 3루수는 '미개발 영역'이라고 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수비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 이는 부족한 타격능력과 결합해 김혜성의 가치를 더욱 깎아내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미국 CBS스포츠는 지난 5일 김혜성이 포스팅을 신청한 뒤 그에 관한 여러 이력과 스카우팅 리포트, 포스팅 전망을 전하며 중요한 약점을 지적했다. 바로 상대적으로 빈약한 파워다. 이 매체는 '김혜성의 파워 지표는 과거 팀 동료(김하성, 이정후) 등과 비교할 때 매력적이지 못하다. 김혜성의 커리어 ISO(순장타율)는 0.099로 이정후(0.151)나 김하성(0.199)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어느 한 부분만 뛰어나서는 주전자리를 차지하기 어렵다. 수비력과 주력, 배팅 능력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유지돼야 주전 혹은 백업으로 나설 만 하다.
그런데 김혜성은 타격, 특히 장타력 측면에서 너무나 빈약하다. 이를 커버하려면 수비적인 면에서 두드러지는 장점을 보여야 하는데, 이 또한 '2루수 한정'이라 활용도가 떨어진다. 몸값이 저렴하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이건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한 장점이라고 보긴 어렵다.
결국 2루수 분야에서 확실한 수비형 플레이어를 원하는 구단이 없다면 김혜성의 포스팅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뭔가 매력적으로 포장돼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너무나 애매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2024-12-13 12: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