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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서나 두산에서나 경쟁하는 것은 똑같다."
신인 선수 인사가 끝난뒤 사회자가 "두산에 새롭게 온 신입선수가 있다"고 하자 팬들이 이흥련을 말했고, 이흥련이 단상에 오르자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원석의보상선수로 온만큼 더 잘해달라는 격려의 박수. 이흥련은 "2년 뒤에 돌아와 꼭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라고 당차게 인사한 뒤 내려왔다.
이흥련은 팬페스트가 끝난 뒤 "생갭다 박수가 커서 놀랐다. 많이 반겨주셔서 팬들게 감사하다"면서 "이적한 것이 실감이 안났는데 이렇게 잠실구장에 오니 비로소 실감나는 것 같다"고 했다.
야탑고-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삼성에 입단한 이흥련은 2014년부터 1군에서 활약했다. 이지영의 백업포수로 활약하면서 차우찬이나 장원삼이 등판할 땐 선발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올시즌엔 타율 2할6푼, 6홈런, 25타점을 올렸다.
이흥련으로선 삼성에 남아 있는게 경쟁이 덜할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두산엔 주전 양의지에 박세혁과 최재훈 등 경쟁해야할 상대가 더 많기 때문이다. 두산은 포수가 많음에도 이흥련을 선택하며 포수자원을 더욱 단단하게했다.
이흥련은 "처음엔 삼성에 있는게 더 낫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하니 다를바가 없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내가 없는 동안 삼성에 김민수나 나원탁 등이 있다. 그 친구들도 경쟁해서 백업자리를 차지할 것이고 내가 돌아와도 어차피 경쟁을 해야한다. 두산도 (양)의지형이 있고 (박)세혁, (최)재훈이 등 백업이 아까운 선수가 있지만 갔다와서 경쟁하는 것은 같다"고 했다. 이어 "부정하고 나쁜 생각을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내가 갔다 와서해야할 일"이라는 이흥련은 "여기서 하나, 거기서 하나 내가 잘해야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4년간의 삼성 생활. 그는 "대구도 그렇고 삼성에 정이 많이 들었더라. 4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했다. 이흥련의 이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함께 했던 동료들의 아쉬운 작별 전화가 왔다고. 가장 먼저 온 전화는 이승엽이었다. "이승엽 선배님이 가장 먼저 전화하시더니 '아이고 흥련아'만 계속 말씀하시더라. '어딜 가든 네가 해내야 하고, 살아남아야하는게 프로다. 잘됐다고 생각하고 맞춰서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고 한 이흥련은 "NC로 가신 박석민 형과 차우찬 장원삼 형 등 많은 분들이 전화해주시면서 아쉬워하셨다"라고 했다. 이흥련은 "2014년에 1군에 올라왔을 때 이승엽 선배님과 박석민 형이 제일 많이 챙겨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했다.
두산에 왔지만 8일 경찰야구단에 입대한다. 두산 유니폼은 이날 프로필 촬영을 위해 입은 게 처음이자 입대전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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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은 후반기에 룸메이트 구자욱의 조언으로 만든 폼을 완성시킬 계획이다. 이흥련은 "룸메이트인 자욱이와 야구얘기를 많이 했는데 어느날 타격 폼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필이 꽂혀서 나중엔 방망이를 들고 1시간 넘게 얘기를 주고 받았다"면서 "자욱이가 조언한 것을 다음날 연습때 해봤는데 타구의 질이 달랐다. 폼을 바꾸고 타율도 오르고 홈런 등 장타가 많이 나왔다"라고 했다. 8월까지 66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에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던 이흥련은 9월 이후 19경기서 타율 3할8리, 3홈런, 11타점으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어릴 때 야구를 봤던 곳이 잠실구장이라 낯설지는 않고 편하다. 두산에 사적으로 친하게 지낸 선수가 없었는데 막상 와서 인사를 하니 아는 선후배, 동기들이 많았다"는 이흥련은 "팬들께서 환영해주신 만큼 2년 뒤에 돌아와서 그 기대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잠시만 안녕을 고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