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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한국 프로야구에는 현재 일본 11명의 일본인 코치가 활동중이다. 그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에 일본에서 스타로 활약했던 사람들도 있다. KIA의 히라노 켄 타격코치도 그 중 한 명이다.
히라노 코치는 주니치, 세이부, 지바 롯데에서 19년간 뛰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스위치히터로 특히 시즌 최다 희생타, 최다 보살을 기록하는 등 견실한 플레이가 매력인 외야수였다. 골든글러브(일본의 경우 수비력만으로 평가하며, 포지션별 최고 선수상인 베스트9이 따로 있음)를 9차례나 받았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에 비유한다면 SK 박재상과 김강민을 섞어놓은 타입이라고 보면 되겠다.
주니치와 세이부가 2승2패로 맞선 채 맞이한 재팬시리즈 5차전. 주니치는 0-0이던 3회초 2사 2루의 선취득점 찬스를 잡았다. 이때 타석에 선 히라노는 변화구를 잘 밀어쳐 1루수 옆을 통과하는 안타를 쳤다. 그런데 타구가 공교롭게도 무라타 1루심의 다리에 맞은 후 외야로 굴러가는 대신 2루수 앞으로 굴절돼 버렸다. 그걸 본 2루주자는 홈으로 향하다 말고 황급히 3루로 귀루했지만 2루수의 송구에 태그아웃 되고 말았다.
선취득점 찬스를 이렇게 허망하게 날린 주니치는 결국 그 경기를 내주고 만다. 이어 6차전에서도 져 2승4패로 세이부에 우승컵을 양보했다. 이 사건은 재팬시리즈의 운명을 가른 분수령으로 당시 크게 다뤄졌다.
"다부치씨(당시 세이부 1루수이자 현 라쿠텐 코치)의 옆을 빠졌는데. 생각 나네요. 돌멩이 사건". 여기서 '돌멩이 사건'이란 '심판은 그라운드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와 같아서 타구가 그곳에 맞아도 플레이는 속행한다'는 해석으로 인해 붙여졌던 이름이다.
히라노 코치에게 상대 투수가 누구였냐고 물었더니 바로 대답했다. "스기모토겠지". 그때 히라노 코치에게 안타를 맞았던 투수는 지난해 KIA에서 투수코치를 지낸 스기모토 타다시씨다. 30년 전의 재팬시리즈와 한국야구의 재미있는 인연이다.
잊을 수 없는 재팬시리즈로부터 30년이 흐른 지금 한국에서 코치 생활 첫 해를 맞이한 히라노 코치는 "KIA에 처음 왔을 때 일본에 비해 많지 않은 훈련 보조요원들이 열심히 훈련을 도와주는 것을 보고 캠프 때 그들에게 밥을 사주고 위로해 줬다"고 한다. 히라노 코치는 경기 전 배팅볼도 손수 던진다. 프로 입단 당시 투수였기 때문에 지금도 배팅볼의 볼끝이 좋다.
현역 시절과 다름없는 밝은 성격으로 KIA 선수들과 대화하는 히라노 코치. "말이 통하지 않아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아직은 조심스러워하는 그의 실적과 경험이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