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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의 타격폼이나 투구폼의 순간 움직임은 때론 사람의 기억에 새겨지는 힘을 갖는다.
지난 2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에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 1안타 무실점을 기록하고 프로 첫승을 따낸 삼성 라이온즈 우완 최충연(20). 그의 피칭폼에서 한 일본인 투수의 모습이 겹쳤다. 현재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인 우완 이와쿠마 히사시(36)의 22세 때 모습이다.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시도한 투구폼이다. 이를 지도를 한 김상진 투수코치는 "팔 스윙을 간결하게 하고 상체와 하체가 잘 연결되는 것이 목적이고 잘만 하면 볼에 파워를 전달시킬 수 있고 더 길게 던질수 도 있다"고 했다.
이와쿠마와 최충연은 공통점이 있다. 22세 이와쿠마는 신장 1m89, 74kg. 최충연은 1m90, 85kg. 투수로서 장점이 될 수 있는 큰 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빠른 직구와 커브를 주무기로 하면서 포크볼의 완성도를 점점 높이기 시작한 것도 당시 이와쿠마와 지금의 최충연은 닮았다.
이와쿠마의 투구 영상을 최충연에게 보여주자 이런 말을 했다. "던질 때 다리를 두 번이나 킥(이중 동작) 하는 점이 다르지만 팔의 스윙은 이상적이다. 나는 밸런스를 잡기 위해 던지기 전에 미리 (글러브를 낀) 왼팔을 포수쪽으로 내미는데, 이와쿠마는 처음부터 팔꿈치를 굽히고 있다가 자연스롭게 포수쪽으로 뻗는다."
김상진 코치는 이와쿠마와 최충연의 차이점에 대해 "(최)충연이는 오른팔을 내리고 있을 때 힘이 들어가서 이와쿠마보다 몸에서 멀어지고 있다. 조금 더 팔스윙이 부드럽게 되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이와쿠마는 오른팔을 내리는 투구폼을 취하지 않는다. 또 체중도 95kg까지 불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시라사카 히사시 삼성 트레이닝 코치는 "같은 사람이라도 나이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나 힘을 전달하는 방법에 변화가 생긴다. 지금의 이와쿠마와 최충연은 당연히 다르지만 22세 이와쿠마에게서 최충연이 얻을 수 있는 점은 분명 있을 것이다"고 했다.
최충연이 프로 첫승을 따낸 KIA에는 이와쿠마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는 이와쿠마가 몸담았던 긴테츠 코치였고, 나카무라 타케시 배터리 코치는 라쿠텐 이글스 선수 시절 포수로 이와쿠마와 손발을 맞췄다. 코우조 코치에게 최충연에 대해 물어보면 "오른팔이 내린 폼은 이와쿠마와 비슷하다. 우리 타자들이 공략 못 했던 이유는 수비시간이 길어서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최충연에 대한 평가는 피했다. 타케시 코치 역시 "어떤 투구폼이든 상관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최충연은 지금의 자기 폼에 대해 "80%정도까지 완성됐다"고 한다. 이와쿠마는 2003년과 2004년 15승씩 거뒀고, 에이스로 성장해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로 2012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제 첫승으로 출발선에 선 최충연. 그에게 젊은 이와쿠마의 모습이 하나의 교본으로 작용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