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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m 앞 마운드에서 투수가 던지는 시속 140㎞가 넘는 공을 배트로 쳐내야 하는 타자들이 항상 어렵다고 하는 것은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잡는 방법 중 하나는 타격할 때 다리 움직임에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 중 다리 움직임이 특징적인 타자가 두 명 있다. 연속 경기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한화 이글스 김태균과 타점 1위에 올라있는 SK 와이번스 김동엽이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바로 '노스텝(no step) 타법'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노스텝 타법을 고찰하려고 한다.
김태균의 경우 타격 연습을 할 때 항상 "공을 배꼽 앞에서 치는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실제 경기에서 배꼽 앞에서 치면 파울볼이 되지만, 그 정도로 노스텝 타법이 공을 끝까지 보는데 효과적임을 강조한 말이다. 투심 패스트볼 등 변화가 심한 직구가 많아진 요즘 노스텝 타법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반면 노스텝 타법은 단점이 있다. 한화 나카시마 데루시 타격코치는 "다리 반동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 점에 대해 김동엽은 "나같은 경우 힘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보강이 가능하다"고 했다.
노스텝 타법의 또다른 단점에 대해 다케시 코치와 삼성 라이온즈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코치는 "다리 스탠스가 넓어지기 때문에 높은 코스의 직구에 약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엽은 일반적인 단점을 넘어서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낮은 코스의 공을 장타로 연결하는 것이다. 김동엽이 지난 주 친 홈런 3개 중 2개는 낮은 코스 공을 걷어올린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표적인 노스텝 타자로 지난해 퍼시픽리그 수위타자에 오른 가쿠나카 가쓰야(지바 롯데)가 꼽힌다. 다만 가쿠나카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만 노스텝으로 친다.
KBO리그에서도 투 스트라이크 이후 노스텝으로 타이밍을 잡는 타자들이 몇 명 있다. KIA 이명기가 대표적인 선수다. 그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나 공이 빠른 투수, 꼭 출루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스텝으로 친다"고 했다. KIA 쇼다 코우조 타격코치는 "김기태 감독은 항상 타자들에게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대응 방식을 바꾸라고 강조하는데, 선수들 사이에 그런 의식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엽은 "내 노스텝 타법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북일고 시절 이정훈 감독(현 한화 스카우트팀장)의 제안으로 노스텝 타법을 쓰기 시작해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완벽한 폼을 향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김동엽의 노스텝 타법이 세련미를 더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