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현장 취재를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가 있다. 5월11일에 청주에서 열린 한화-LG전이다. 이 경기에서 한화의 선발투수 류현진은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이날 기록한 삼진 17개는 9이닝 역대 최다기록이 됐다.
류현진은 1, 2회에 4타자 연속삼진을 잡아서 초반부터 큰 일을 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낮은 직구와 체인지업이 좋아 타자들은 공을 맞히기 조차 힘겨워 보였다. 5회가 끝난 상황에서 탈삼진 9개. 류현진은 전력을 하지않고 적당히 힘을 뺀 채 여유있게 공을 뿌렸다. 그러다 6회초 9번 이병규(24번)에게 솔로홈런을 맞았다. 볼카운트 0-2에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던진 공이 담장너머로 날아갔다.
9회초 5번 조인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자 청주구장의 전광판에는'16탈삼진 역대 타이기록'이라는 내용이 떴다. 관중석의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큰소리로 삼진을 응원했다. 타석에는 대타 이병규(9번)가 들어섰다. 류현진은 이병규를 볼카운트 2-1에서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잡아냈다. 17개째 탈삼진, 신기록이었다.
류현진의 매력을 100% 만끽할 수 있는 경기였다. 편하게 던지는 여유와 힘으로 밀어붙이는 파워까지, 양쪽 부분을 다 볼 수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의 몸에 베테랑 투수와 20대 투수가 뒤섞여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경기 후에도 그랬다. 신기록 달성에 흥분하는 기자들에 반해 류현진은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장난스런 표정은 23세의 청년였다.
필자에게 이날이 인상에 남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쁜 하루였기 때문이다. 오전 6시에 서울을 출발한 필자는 먼저 부산으로 향했다. 롯데와의 원정경기 중인 SK 카도쿠라 켄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뷰는 원래 전날인 월요일에 할 예정였지만 카도쿠라가 5월9일 대구경기 등판 후 갑자기 허리의 검사를 받게 돼 연기됐다.
30분 정도의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청주로 향했다. 도착하자 LG 오카모토 신야가 "럭키였어요"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해 주었다. 5월9일 KIA전에 등판, 공 4개로 승리투수가 됐기때문이다.
2010년 최고투수의 최고의 피칭, 그리고 올해 한국에서 뛰었던 2명의 일본인 투수. 그들을 동시에 접할 수 있었던 5월11일이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