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오너가(家)의 미성년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급등, 처음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주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부모나 친족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은 상장사 오너가의 미성년자 수는 8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8명보다 29명 많았다. 금액도 1408억원에서 2790억원으로 98.2% 증가했다. 아울러 지난달 말 현재 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호는 16명으로 연초에 비해 12명이나 증가했다.
미성년 주식부호 순위 1∼7위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이 차지했다. 특히 임 회장의 12세 손자는 2011년 전후로 증여나 무상 신주로 취득한 한미사이언스 등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연초 89억원에서 854억8000만원으로 9배 넘게 늘어나면서 미성년 주식부호 1위에 올랐다. 올해 7∼11세인 임 회장의 나머지 친·외손주 6명도 비슷한 시기에 증여나 무상신주로 받은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똑같이 834억9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들 임 회장의 손주 7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는 모두 5864억원에 달한다.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장남과 차남도 보유중인 GS 주식가치는 각각 366억8000만원과 150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이종호 JW중외제약 회장의 손자도 10대의 나이에 133억9000만원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밖에 정몽익 KCC 사장의 아들이 114억7000만원,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이 109억6000만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손자 2명은 지난달 회사 주식 3만6000여주씩을 부친에게서 상속받아 새로 미성년 주식부호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의 보유 주식가치는 각각 105억4000만원에 달한다.
한편, 이처럼 미성년 주식부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나오고 있다. 먼저 주식을 취득한 이들이 미성년자인 만큼 주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세금감면 꼼수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성년자에게 미리 주식을 넘기면 주식 가치 증가분에 대해 증여세 없이 부를 세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