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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닥터 진'의 주인공 닥터 진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때때로 다른 남자에게 한눈을 팔았다. 마음 주지 않는 여인을 향한 쓸쓸한 뒷모습에, 오랜 벗에게 칼을 겨누며 흔들리던 눈빛에, 감히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어르신' 앞에서 통곡하는 눈물에…. 드라마에선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던 김재중이 안타까워 그를 21세기 서울로 '타임슬립'시켰다. 찜통 같은 사극 복장을 벗으니 몸무게가 60kg으로 뚝 떨어졌단다. 전날 새벽 5시까지 종방연을 했는데도 피곤하지 않은 건, 드라마가 남긴 기분 좋은 후유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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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수는 캐릭터상 가장 대하기 어려운 존재이면서 연기할 때 가장 편한 사람이었다. 김재중은 "그게 김응수 선생님의 마력"이라고 말했다. 함께 연기하며 호흡과 감정이 저절로 이끌려 나오는 걸 느꼈다. 아버지가 숨을 거두는 장면에선 정말로 슬퍼서 울었다. "김응수 선생님께 양주를 선물로 드렸는데, '우리 아들이 사준 술 마실거야'라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휴대폰엔 제 번호가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더라고요. 진짜 아버지 같아요." 물론 김재중도 효심이 지극하다. 김응수에게 최신형 스마트폰도 선물하고 카카오톡도 깔아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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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원작인 일본 만화에는 원래 김재중 캐릭터가 없다.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느라 김재중은 초반에 꽤나 혼란을 겪었다. 앞서 SBS '보스를 지켜라'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연기자로는 신인인 데다 사극은 처음이라 더 그랬다. 처음엔 레슨 받은 대로 연기했다. 그러다 "나 자신과 김경탁을 표현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부담감을 벗었다.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캐릭터의 대사톤을 잡는 것도 어려웠어요. 처음엔 허스키한 톤을 없애려 했는데, 이 목소리도 매력이라고, 소리가 안 들리면 눈으로 얘기하면 된다는 조언에 힘을 냈어요. 특히 이범수 선배는 눈으로 말하는 방법을 많이 강조하셨어요." 그는 "상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도 캐릭터의 느낌이 달라지더라"고 했다. 이쯤 되면 그 노력이 '연구자' 수준이다. 김응수와 이범수 같은 '연기의 신'들이 그를 같히 아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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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영혼의 2/3를 차지한 박유천과 김준수. 자주 못 만나도 언제나 든든하다. 김준수는 드라마를 매회 챙겨보면서도 한번도 김재중에게 생색을 안 냈는데 가요 인터뷰에서 '닥터진' 홍보를 하겠다며 벼르더라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듣고 크게 감동 받았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서 가끔씩 함께 밥도 먹고 게임도 즐긴다. 박유천도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연기를 콕콕 짚어주면서 용기를 북돋아준다. 두 사람의 이름은 김재중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쇄골에도 '신념을 지켜라'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박유천과 함께 새겼다. "가지고 있는 걸 잃는다는 건 무서운 거잖아요. 앞으로도 소중한 무언가를 잃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는 꼭 지켜야 한다는 의미랄까요." 그 문신들은 김재중을 다잡아주는 주문과도 같다.
그는 '닥터 진'과 동시에 영화 '자칼이 온다'도 촬영했다. 이제야 겨우 한 숨 돌렸다. 휴식기엔 송승헌과 등산을 하기로 했다. 한동안 일본용 전화기를 꺼뒀는데, 친구들에게도 연락할 작정이다. 일본 배우 에이타는 한 인터뷰에서 김재중에게 연락 좀 하길 바란다며 간절히 찾기도 했단다. "휴대폰이 6개나 된다"는 김재중. 이 인터뷰를 보면 한일 양국에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북적일 듯하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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