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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우울증 고위험군 늘어…심리적 방역 검토돼야"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1-11-12 10:13 | 최종수정 2021-11-12 10:13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코로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KMA-TV에서는 '코로나 우울증'이라는 주제로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아주편한병원장),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출연해 다각도로 논의를 펼쳤다.

최근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우울증 유병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국민들의 우울척도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척도가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일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데, 그 비중이 20%가 넘어 올해 3월에는 24%대를 기록했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사람이 17%나 되는 등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물론 이는 미국,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나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특히 감염 재난에 취약한데, 그렇기 때문에 지지체계 확보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잘돼야 한다. 또, 조금이라도 정신과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와의 상의를 통해 조기 치료적 개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우울증과 일반 우울증의 진단 차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지만, 현재까지 증상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관계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는 우울증 유발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10대와 20대, 자원이 적은 장애인, 노인과 1인 가구, 비정규직 여성, 양육과 돌봄부담이 큰 여성 등이 코로나 우울증에 가장 취약하다.

코로나 우울증이 가장 우려되는 이유는 자살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울증을 겪는 개인의 사회·경제 활동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경고 신호'를 잘 알아채야 하는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하거나 우울증으로 인해 학업과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변화가 생기거나 뜬금없이 감사의 표현을 하는 등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경고 신호를 파악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등을 통해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사회적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조금 더 확충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자살예방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병원을 찾기 전에 간단한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또, 치료비가 부담되는 사람들을 위해 각 지자체마다 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병원 진료기록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본인 동의 없이는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없기에 안심하고 병원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마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의협은 전했다.


의협은 "국가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코로나19라는 감염 재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다른 형태의 재난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방역 시스템과 함께 심리적 방역 시스템이 동시에 가동되는 것이 앞으로 꼭 고려하고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라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공포와 불안이 크기 때문에, 혼자 감당하려는 것보다는 힘든 감정을 나누는 크고 작은 공동체 시스템을 통해 소통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좋다. 또, 스스로 위험 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된다면 보건소나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위드 코로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환영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위드 코로나 자체가 새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변화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소외되면서 외로움과 우울함이 더 커지는 사람들을 위해 더 큰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과 진료의 일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K-방역 3T'라고 불리는 Test(검사)-Trace(추적)-Treat(치료)를 위해 2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동안 책임감과 사명감 하나로 버텨왔다. 얼마 전 보건소의 방역 인력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 우울 위험군이 33%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 인력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놓이기 직전이다.

의협은 "의료진들이 무너지면 방역 시스템 또한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지금껏 K-방역을 위해 힘써 온 사람들을 일선 현장과 심리상담소 연계 등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재난 상황에 따라 세부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국가적 재난 대응 매뉴얼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또, 심리적인 부분이 신체의 면역력에도 영향을 주어 결국 방역에도 작용한다. 심리적인 피해를 최소화 해 재난 감염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심리적 방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절망감까지도 느낄 거라 생각한다.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나아가 보건소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권유드린다"고 덧붙였다.

백종우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가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모든 정책 수립에 있어서 앞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또, 국민들은 어려운 시기지만 마음에 투자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하면서 이 시국을 이겨냈으면 한다"면서, "코로나19로 힘들지만 함께 이겨내,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지금의 상황과 가장 비슷한 장소가 응급실이다.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불안과 걱정, 두려움 등으로 감정적인 표출을 하는데 이것은 도와달라는 신호다.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분히 들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런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다"고 말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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