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천억여원 추정 자금 대고 비행한 춘 왕 "목표 완벽하게 달성"
4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온라인으로 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우주 비행을 마치고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우주캡슐 드래건은 낙하산을 펴고 부드럽게 하강해 이날 오전 9시 19분께(미 서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안착했다.
바다에 떠 있던 드래건 캡슐은 예인선으로 옮겨졌고, 이번 비행을 기획한 중국계 몰타 국적의 억만장자 춘 왕을 비롯해 그의 친구들인 노르웨이 영화감독 야니케 미켈센, 독일 로봇공학·극지 연구가 라베아 로게, 호주 모험가 에릭 필립스 등 탑승자 4명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우주선에서 나왔다.
이들의 이번 우주비행은 이전까지 인류가 비행한 적이 없는 지구 극지방을 지나는 궤도를 처음으로 시도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임무 이름인 '프램2'는 20세기 초 북극과 남극 탐험을 개척한 노르웨이 선박에서 따온 것이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9시 47분(미 동부시간) 미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드래건은 목표 궤도에 진입한 뒤 약 46분마다 남·북극 상공을 지나면서 총 55차례에 걸쳐 지구를 돌았다.
춘 왕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나는 종종 프램2가 스발바르(노르웨이와 북극점 사이의 군도) 임무라고 말한다. 내가 거기서 살 때 이 임무가 계획됐고, ISS(국제우주정거장)와 같은 궤도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극지방을 비행했다"며 "이런 관점에서 이 임무는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했다"고 썼다.
그는 지난 2일에는 남극 상공을 지날 때 찍은 영상을 올리고 "안녕 남극. 이전에 예상한 것과는 달리 460㎞ 상공에서 보니 그것은 그저 순수한 흰색일 뿐, 인간 활동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쓰기도 했다.
그는 또 우주에서 비행을 시작한 첫날 몇 시간 동안은 자신을 비롯한 탑승자 모두가 우주 멀미에 시달렸으며 "물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구토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잠을 자고 난 뒤 둘째 날부터는 완전히 상쾌한 기분으로 본격적인 임무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주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인체 엑스레이 촬영을 포함해 22가지 과학 연구를 실행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상업용 민간인 비행의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과거 공개된 다른 비행 사례(좌석당 약 5천500만달러)에 비춰 4석 전체의 가격이 2억달러(약 3천억원)를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한다.
이 돈을 전액 부담한 춘 왕은 중국 톈진 출신으로, 비트코인 채굴사업을 통해 상당한 양의 비트코인을 채굴해 억만장자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100여개국을 방문하는 등 모험을 즐겨 왔으며, 어릴 때부터 우주에 큰 관심을 품고 있다가 이번 우주비행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이번 비행을 무사히 마무리함으로써 17번째 유인 비행이자 6번째 민간인 대상 상업용 비행을 달성하는 기록을 쓰게 됐다.
스페이스X는 또 이번 비행에서 드래건 귀환 후 착수(着水) 지점을 기존의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태평양으로 바꿨는데, 우주선 잔해가 떨어질 때 안전성을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인근에는 사람들이 사는 큰 섬이 많지만, 캘리포니아 옆의 태평양에는 섬이 거의 없다.
AP통신은 유인 우주선이 태평양에 착수한 것은 1975년 아폴로-소유스 임무 이후 50년 만이라고 전했다.
min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