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찾기 위해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회사에 비용 처리를 위한 영수증을 제출할 때도 간단한 금액 암산이 잘 안돼 계산기 어플에 매달린다.
11월 들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지만, 자유로운 외부활동은 아직 낯설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스마트폰 사용 등이 늘며 이른바 '디지털 치매'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과도한 디지털 기기 의존으로 인해 기억력과 계산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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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는 병리적 문제가 있는 질병은 아니다.
이같은 습관 때문에 기억을 저장했다가 끄집어내서 사용하는 능력이 후천적으로 퇴화된 것이다. 이같은 디지털 치매는 젊은이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영츠하이머(Youngzheimer·젊은+알츠하이머)'라는 또다른 별칭이 붙기도 한다.
다만 실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질병적 치매는 예후가 나쁘기 때문에, 기억력 저하 등으로 실수가 늘어나는 등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질병으로서의 '젊은 치매'는 가족력이나 특정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유전적 원인이 강하다. 기억력을 시작으로 언어, 판단 등 전반적 인지 영역의 기능 저하가 이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주수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젊은 환자들이 치매에 대한 우려로 병원을 찾았을 때 치매로 진단받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우울증, 불면증, 뇌종양이나 갑상선 기능 문제 등 다른 질병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초로기 치매'로 불리는 65세 미만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10%가 채 안되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40~59세 치매 환자는 매년 15%씩 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40세 미만 치매환자는 1151명, 40~59세 환자는 3만5608명에 달한다.
'디지털 디톡스' 필수…햇빛 보면서 걷는 산책도 도움
디지털 치매가 '진짜'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뇌 기능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행하기 때문에, 장기간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실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디지털 치매는 질병적 치매처럼 뇌 세포가 손상된 것이 아니므로, 훈련을 통해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적인 뇌 훈련이다. 퇴화된 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검색에 의존하기 보다는 간단한 계산과 암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컴퓨터 마우스나 스마트폰 엄지 사용 등으로 인해 손글씨 등을 통한 미세근육 사용이 줄어드는 것도 뇌 기능 저하와 연관되기 때문에, 손을 쓰는 악기 연주, 캘리그래피나 그림, 두 손을 활용한 뜨개질 및 만들기 등의 취미활동을 갖는 것도 뇌 기능 자극에 도움이 된다.
축소된 대인관계 및 교류 회복도 필요하다. 사회적 관계, 소통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억력 저하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불면증이나 우울증도 인지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산책 등 걷기 운동도 좋다.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기 보다 햇빛 속에서 걷기 운동을 하면 우울증,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주 교수는 "햇빛을 쪼이면 일주기 리듬을 관장하는 멜라토닌과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불면증과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치매 예방에 운동이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과도 통한다. 하루에 30분 이상씩 숨이 찰 정도로 운동하면 치매 발병율을 40% 이상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다소 빠른 걸음으로 걷는 등의 유산소 운동은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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