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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000년생 태권철녀'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 첫 올림픽 도장깨기의 끝은 금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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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였다. 2라운드 34초만에 머리 찍기 공격에 성공하며 3점을 따냈다. 34초를 남기고 몸통 공격으로 2점을 따냈고 상대 감점으로 1점을 따내며 순식간에 6-0으로 달아났다.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몸통공격으로 2점, 감점으로 1점을 더 따내며 9-0으로 완승했다. 세계 2위인 상대가 제대로 된 발차기 한번 해보지 못했다. 절대적, 압도적인 공격으로 단숨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이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파리 도전이 가장 늦었지만, 금메달은 가장 빨랐다. WT 랭킹 5위 이내인 박태준(경희대·5위), 서건우(한체대), 이다빈(서울시청·이상 4위)과 달리 '대륙별 쿼터'로 파리행이 결정됐다. 대한태권도협회가 1월 회의를 통해 여자 57㎏급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기로 했고, 2월 내부 선발전을 통해 김유진의 아시아 선발전 출전을 결정했다. 김유진은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줄리맘(캄보디아)을 꺾고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파리올림픽 '마이인포' 사이트가 꼽은 메달후보 5명에 김유진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랭킹은 숫자에 불과했다. 2023년 로마그랑프리 3위가 최고 성적이었던 김유진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 드라마를 썼다. "관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게 훈련했다. 이제 나를 믿고 가자는 생각뿐"이라는 결승 출사표대로 자신감 하나로 당당하게 싸워 이겼다. 이 종목은 원래 한국 여자 태권도의 자존심이었다. 태권도가 첫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정재은,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장지원,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임수정이 3연속 금메달을 땄지만 이후 잠잠했다. 약속의 땅, 파리 그랑팔레에서 '종주국의 자존심' 김유진이 금빛 발차기와 함께 16년 만에 하늘이 내리는 금메달을 찾아왔다. 이 메달은 파리올림픽 대한민국의 13번째 금메달이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올림픽 13개의 금메달 이후 12년 만에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뤘다. 투혼의 김유진이 해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