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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가치 있는 도박이다."
김하성이 자존심과 욕심을 꽤 내려놓은 계약으로 볼 수 있다. 김하성은 2023년 아시아 내야수 역대 최초로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하며 이번 FA 시장에서 주가를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하성처럼 유격수와 2루수, 3루수까지 내야 어느 포지션에 둬도 정상급 수비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물기 때문. 미국 언론은 김하성이 1억 달러(약 1445억원)는 무난히 넘는 FA 계약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마치기 전에 어깨를 다친 게 큰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김하성은 지난해 8월 어깨를 다칠 때만 해도 금방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복귀 준비 과정에서 수비할 때 어깨 불편감을 지우지 못했고 결국 10월에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김하성은 탬파베이와 손을 잡았다. 탬파베이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함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몰마켓 구단으로 김하성의 KBO리그 친정 팀인 키움 히어로즈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김하성이 올해 1300만 달러를 받는데도 팀 내 최고 연봉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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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는 김하성을 유격수로 기용할 전망이다. MLB.com은 '김하성은 수술 여파로 개막일에 맞춰 돌아오기 어렵다. 이르면 아마 5월에 돌아올 수 있을 텐데, 김하성이 준비가 됐다고 판단하면 기존 유격수 테일러 월스(29)를 대신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MLB.com은 김하성이 건강을 되찾으면 탬파베이의 8번타자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얀디 디아스(1루수)-브랜든 로(2루수)-주니어 카미네로(3루수)-조시 로(우익수)-크리스토퍼 모렐(좌익수)-조나단 아란다/엘로이 히메네스(지명타자)-대니 잰슨(포수)-김하성(유격수)-조니 델루카/리치 팔라시오스(중견수)로 탬파베이 라인업을 예상했다.
MLB.com은 '김하성이 수술을 하면서 그의 팔 건강과 힘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와 계약은 가치 있는 도박이다. 월스는 특급 수비수이지만, 통산 타율이 0.188에 불과하다. 그래도 시즌 개막 때는 (유격수)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만약 유격수 최고 유망주인 카슨 윌리엄스가 기대보다 일찍 메이저리그로 콜업된다면, 김하성이 그동안 증명한 유틸리티 능력은 또 다른 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하성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약 404억원)에 계약하면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김하성은 계약 당시 넘을 수 없는 산으로 보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를 차지하면서 낯선 무대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2022년 12월 샌디에이고가 유격수 잰더 보가츠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4043억원)에 계약하면서 한때 입지가 좁아지나 싶었지만, 지난해 김하성이 또 한번 보가츠를 밀어내고 유격수를 차지하면서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김하성이기에 탬파베이에서는 안정적으로 주전으로 입지를 굳히면서 차분히 FA 재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성적은 540경기, 타율 0.242(1725타수 418안타), 47홈런, 78도루, 200타점, 229득점, OPS 0.706이다.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김하성은 내야 전반적으로 뛰어난 수비력을 갖추고, 주루 능력도 뛰어난 가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것이 증명됐다. 4시즌 동안 도루 78개를 기록하면서 2023년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하성은 2023년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b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5.8을 기록했다. 아울러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14위를 차지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또 다른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지난 시즌 막바지 에이전트로 스캇 보라스를 고용하면서 (FA로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였다.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자신감에 보답하는 동시에 계약에 옵트아웃 조항을 넣으면서 2025년 시즌을 마치고 또 한번 베팅할 기회까지 제공했다'고 평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샌디에이고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가 올해 팀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유격수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2년 계약을 했다. 김하성이 어깨를 다치면서 샌디에이고와 단기 계약을 하고 남을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년 2900만 달러는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지난 4년 동안 벌어들인 2800만 달러보다 큰 금액이다. 또 옵트아웃 조항은 김하성이 올해 탬파베이에서 좋은 시즌을 보내면 다음 시즌 더 큰 돈을 벌어들일 기회를 찾도록 허락할 것'이라며 김하성이 이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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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