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름(25·강원도청)이 논란을 딛고 첫 올림픽 매스스타트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매스스타트는 3명 이상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레인 구분 없이 질주하는 경기다. 전체적인 경기 룰은 스피드스케이팅과 같지만, 레인 구분 없이 서로 견제하며 달리는 측면에선 쇼트트랙과도 유사한 종목이다. 남녀 모두 400m 트랙을 16바퀴 돈다. 특별한 점이 있다. 점수제다. 4, 8, 12바퀴 1~3위에 각각 5, 3, 1점이 주어진다. 마지막 바퀴 1~3위에겐 60, 40, 20점이 부여된다. 변수가 많다.
김보름은 준결선 1조 레이스에서 여유있는 레이스 운영으로 6위에 올라 결선행을 확정했다. 이어진 결선에서 프란체스카 롤로브리지다(랭킹 1위·이탈리아),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2위·독일) 구오 단(3위·중국) 등 강자들과 경쟁을 펼쳤다. 치열한 수싸움. 김보름은 강자들 틈에서도 계획대로 점수를 쌓았다. 스프린트 포지션을 거친 후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 질주를 준비하는 등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그 결과 메달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2011년 대표팀에 선발, 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 여자 3000m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운명적 만남이 찾아왔다. 때는 2014년. 그 해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이 됐다. 쇼트트랙 경험에 특유의 힘과 스피드를 갖춘 김보름은 승승장구했다.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파이널 매스스타트에서 8분45초75로 2위를 차지했다. 랭킹 포인트 120점을 더해 총 460점을 기록, 종합 1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보름은 지난해 2월 강릉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고, 그 해 세계랭킹 1위도 찍었다. 매스스타트는 '김보름 천하'였다.
그러나 이후 굴곡이 찾아왔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시점. 김보름은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100%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차 월드컵 땐 경미한 허리 통증으로 불참하기도 했다. 김보름은 이번 대회 1500m에 불참하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매스스타트 집중을 위한 선택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김보름은 부상을 안고 있진 않지만 컨디션 조절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회 개막 후엔 심리적으로도 흔들렸다. '팀추월 팀워크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축됐다. 김보름은 논란의 팀추월 경기 후 20일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거센 비판을 받았다. 논란 속에 김보름은 22일 30분여 훈련한 뒤 23일에도 경기력을 조율했다. 비판적 여론을 의식, 논란을 빚지 않기 위해 훈련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도 거치지 않았다.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노선영은 매스스타트 경기 직전인 23일 훈련 후 "대회가 다 끝난 뒤 모든 것을 말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흔들림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어쨌든 김보름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