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원, 3년만에 스크린 컴백
기사입력 2000년 09월 08일 12시 17분
인생을 살면서 모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 지수원은 그런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헤어드레서' 이후 3년 6개월만의 스크린 컴백. 지수원은 23일 개봉되는 심리 미스터리 영화 `배니싱 트윈'(윤태용 감독－Y2시네마 제작)으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파격적인 모습으로.
이번 영화에서 지수원이 감행한 `파격'은 `노출'이다. 연기활동을 하면서 노출에 대해선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여왔던 그녀로선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베드신이 있다고 해서 읽어보지도 않았어요. 노출에 대한 제 생각은 무조건 네버(Never)였거든요."
하지만 그녀와 오랜동안 함께 일해온 여자 매니저 최유진씨의 생각은 달랐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역할이다. 지금 너는 모험이 필요할 때다."
3년 6개월 공백은 그녀에게 여러가지로 부담이 됐다. `쉬다가 나와서 벗기까지 하느냐'란 시각이 있을까봐 두려웠고, `이젠 지수원의 연기도 성숙해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찬찬히 검토해보면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총97신중에 94신에 제가 나와요. 사실 우리 현실에서 여자가 이끌어나가는 영화를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성과 무의식에 탐구, 또다른 자아를 찾아간다는 미스터리 소재도 한국영화에선 새로운 시도였어요. 심리 미스터리 영화이지 에로 코드가 아니었죠."
걱정했던 베드신 촬영은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촬영후 러쉬필름을 보면서 지수원은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 내가 연기자가 된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6개월전 연기활동 휴식에 들어가면서 `사람들과 잘 융화하지도 못하고, 연기도 만족스럽지도 못하고…나는 연예계에서 부적합한 인물이 아닐까'란 생각도 했었다는 그녀는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고, 긴 휴식을 즐기면서 `다시 작품을 하고 싶다'는 절실한 감정을 가졌다고 고백한다. 한동안 사람들이 `제발 나를 잊어줬으면…'이란 심정으로 방황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젠 `나를 기억 못하면 어떡하나…'란 생각을 할 정도로 재충전을 하고 돌아온 것.
"예전에는 제 인생과 연기를 분리해서 생각했던 편이에요. 하지만 영화를 다시 하고 나니까,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 `연기에 인생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영화가 인정받고, 제 연기도 인정 받았으면 좋겠어요."
지수원은 `인생에서 때론 휴식이 필요하고, 그 휴식이 한층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안영준 기자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