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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014년 91세의 일기로 타계한 메이저리그 전설의 홈런왕 출신 랄프 카이너.
불혹을 앞둔 선수지만 한방은 여전하다. 올시즌 더 강력해졌다. 결정적인 순간 마다 한방씩 담장을 넘기고 좌우중간을 가른다.
14경기 2루타 2개, 홈런 5개. 타율이 0.213에 불과하지만, 장타율이 0.574, OPS는 0.913에 달한다. 최근 야구가 추구하는 전형적인 'OPS형 타자'다. 이러니 상대 투수는 박병호를 만나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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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계 인터뷰에서 홈런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밝혔다. "타율은 안 올라오고 있는데 장타가 나와줘서 버티고 있다"고 말문을 연 박병호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휘둘러야 좋은 타구가 나온다. 안타로 점수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홈런은 한번에 3점이 될 수도 있다. 중심타자나 거포가 될 선수는 그런 걸 두려워 하지 않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실제 박병호는 프로입단 후 408차례 담장을 넘기는 동안 1669번의 삼진을 당했다. 홈런 숫자의 4배에 달하는 삼진 수. KBO리그 통산 2위다. 495홈런으로 통산 1위 SSG 최정 역시 삼진도 통산 1위(1772 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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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과 삼진에 대한 박병호의 소신. 이를 박병호 앞에서 실천하는 예비 홈런왕 후배가 있다.
삼성의 거포 내야수 김영웅(22)이다. 물금고를 졸업한 2022년 삼성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선수. 지난해 포텐을 터뜨리며 28홈런으로 톱10 안에 들었다. 당연히 삼진도 많다. 지난해 155삼진으로 두산 김재환 강승호에 이어 3위였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풀스윙'으로 평가받는 김영웅의 스윙은 거침이 없다. 삼진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 타격 포인트를 과감하게 앞에 두고 팔로스로우까지 이어지는 확실한 풀스윙을 한다. 완벽한 풀스윙. 안 걸리면 삼진이지만, 걸리면 넘어가니 투수들은 두렵다. 유인구 변화구 승부를 하다 포인트가 앞에서 걸려 맞은 공도 담장을 넘어간다. 올 시즌 들어 타이밍이 살짝 빨라도 안타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만큼 타격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풀타임 주전 2년 차인 올시즌은 스윙이 더 강력해졌다. 14경기 0.352의 고타율에 3홈런, 14타점. 장타율 0.556에 OPS가 무려 0.929에 달한다. 확실하게 캐딜락을 탈 미래의 삼성 4번타자.
미래의 홈런왕을 꿈꾸는 꿈나무 거포 유망주 선수들. '삼진을 두려워 하지 말라'는 박병호 아저씨의 이야기를 새겨듣고, 김영웅 형의 거침 없는 풀스윙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덧 캐딜락을 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