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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국민거포의 큰 울림, 거침 없는 풀스윙, 삼성에는 이미 있다

정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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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9 11:05 | 최종수정 2025-04-09 14:58


'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2/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014년 91세의 일기로 타계한 메이저리그 전설의 홈런왕 출신 랄프 카이너.

1m88, 88㎏의 거구의 오른손 거포 외야수였던 카이너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피츠버그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홈런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내셔널리그 7년 연속 홈런왕에 MLB 전체 6년 연속 홈런왕이라는 대기록의 소유자. 두차례나 시즌 50홈런을 넘었고, 1949년 54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상으로 10시즌 만에 아쉽게 은퇴한 그는 현역 시절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포드를 탄다"(Home run hitters drive Cadillacs, and singles hitters drive Fords)'는 명언을 남긴 선수로 유명하다. 동료 투수의 조언을 옮긴 것이란 논란을 떠나 야구의 흐름을 단숨에 바꾸는 홈런의 매력과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오랜 시간 회자되고 있다.

홈런으로 KBO리그 역사에 한획을 긋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39). 무려 6차례 홈런왕이자 통산 408홈런으로 현역 선수 중 SSG 최정(495홈런)에 이어 2위다.

불혹을 앞둔 선수지만 한방은 여전하다. 올시즌 더 강력해졌다. 결정적인 순간 마다 한방씩 담장을 넘기고 좌우중간을 가른다.

14경기 2루타 2개, 홈런 5개. 타율이 0.213에 불과하지만, 장타율이 0.574, OPS는 0.913에 달한다. 최근 야구가 추구하는 전형적인 'OPS형 타자'다. 이러니 상대 투수는 박병호를 만나면 부담스럽다.

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2-1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4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SSG 선발 송영진의 143㎞ 하이패스트볼을 밀어 우측 담장을 넘겼다. 홈런 공동 1위로 올라서는 시즌 5호 홈런. 이 한방으로 점수 차를 벌린 삼성은 7대3으로 승리하며 한주의 시작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
8일 SSG전 솔로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
8일 SSG전 솔로포.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1루 1,2루 삼성 박병호가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2/

'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
8일 SSG전 후 중계인터뷰하는 박병호. 출처=KBSN 중계화면
박병호는 경기 후 중계 인터뷰에서 "중심에 맞은 타구를 계속 밀고 간 것 같다. 타이밍이 늦은 듯 해서 팔을 다 펴지 않았다"며 특유의 기술적 요소가 가미된 홈런이었음을 암시했다.

그는 중계 인터뷰에서 홈런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밝혔다. "타율은 안 올라오고 있는데 장타가 나와줘서 버티고 있다"고 말문을 연 박병호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휘둘러야 좋은 타구가 나온다. 안타로 점수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홈런은 한번에 3점이 될 수도 있다. 중심타자나 거포가 될 선수는 그런 걸 두려워 하지 않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실제 박병호는 프로입단 후 408차례 담장을 넘기는 동안 1669번의 삼진을 당했다. 홈런 숫자의 4배에 달하는 삼진 수. KBO리그 통산 2위다. 495홈런으로 통산 1위 SSG 최정 역시 삼진도 통산 1위(1772 삼진)다.


'캐딜락' 타고 싶은 후배들, 잘 들어..."OO을 두려워 해선 안돼" …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삼성 김영웅이 타격을 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4/

홈런과 삼진에 대한 박병호의 소신. 이를 박병호 앞에서 실천하는 예비 홈런왕 후배가 있다.

삼성의 거포 내야수 김영웅(22)이다. 물금고를 졸업한 2022년 삼성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한 선수. 지난해 포텐을 터뜨리며 28홈런으로 톱10 안에 들었다. 당연히 삼진도 많다. 지난해 155삼진으로 두산 김재환 강승호에 이어 3위였다.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풀스윙'으로 평가받는 김영웅의 스윙은 거침이 없다. 삼진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다. 타격 포인트를 과감하게 앞에 두고 팔로스로우까지 이어지는 확실한 풀스윙을 한다. 완벽한 풀스윙. 안 걸리면 삼진이지만, 걸리면 넘어가니 투수들은 두렵다. 유인구 변화구 승부를 하다 포인트가 앞에서 걸려 맞은 공도 담장을 넘어간다. 올 시즌 들어 타이밍이 살짝 빨라도 안타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만큼 타격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풀타임 주전 2년 차인 올시즌은 스윙이 더 강력해졌다. 14경기 0.352의 고타율에 3홈런, 14타점. 장타율 0.556에 OPS가 무려 0.929에 달한다. 확실하게 캐딜락을 탈 미래의 삼성 4번타자.

미래의 홈런왕을 꿈꾸는 꿈나무 거포 유망주 선수들. '삼진을 두려워 하지 말라'는 박병호 아저씨의 이야기를 새겨듣고, 김영웅 형의 거침 없는 풀스윙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덧 캐딜락을 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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