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폭식증엔 식욕억제제가 오히려 상극이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9-08-08 13:58



식이장애 중에서도 특히 폭식증 환자의 경우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무작정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식욕억제제는 단기간의 다이어트엔 도움이 될 진 몰라도, 식이장애 환자들에겐 오히려 상극으로 작용한다. 식이장애의 근원적인 원인은 식욕이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의존성이 강하고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는 식욕억제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투여 기간은 일반적으로 4주 이내로 사용하고 최대 3개월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경우도 빈번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3개월을 초과해 처방 받은 환자 수는 42만 명(36%)에 달하고 1년치를 초과해 처방 받은 경우도 6만 명(5%)에 이르렀다.

식욕억제제는 불안과 우울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기분에 미치는 변화도 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더욱 식욕억제제를 먹는 것이 좋지 않다. 의존성이 강하고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계열의 약물들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식이장애는 본질적으로 인지왜곡으로 인한 현상이다. 식이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체형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집착이 오히려 폭식을 하게 만든다. 체형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식이제한이 엄격하고, 식이제한으로 인해 생긴 음식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폭식을 부르게 된다.

폭식은 일상에서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폭식을 통하여 일시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내려놓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폭식에 대한 통제가 더더욱 어렵게 되는 강화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식이장애의 기저에는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 심리적인 요인을 정신과적인 면담을 통하여 파악하고 이를 다루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식욕억제제는 단순히 단기간의 식욕만 억제해 줄 뿐, 기저에 있는 근원적인 원인까지 해결해주지 않는다.

폭식증의 치료에는 정신과 면담과 약물치료를 함께 적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식욕억제제는 복용하면서도 정신과 약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약물을 주치의와의 상의 없이 스스로 중단하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 약을 임의로 끊었던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정신과 약을 먹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이 심할 경우, "가족이어도 이 약을 먹일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대한 답으로는 항상 그렇다고 대답한다. 오히려 가족이라면 더 권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정신과 약이다. 정신건강이 상한 것 또한 건강이 상한 것이다. 다른 여느 병과 다름없이 약을 먹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정신과 진료에서 약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신과의사는 4년간의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 정신과 약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한다. 약에 대한 정보를 환자보다 더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많은 환자들에게 약을 직접 처방하면서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임상 경험을 가지게 된다.

폭식증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를 이용하면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뇌 속 신경세포들은 세로토닌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으므로 세로토닌이 부족하게 되면 충동이 강해지고 우울감이 높아진다. 세로토닌 제흡수억제제(SSRI)를 통해 몸 속 세로토닌의 농도를 높이면 뇌에 만족감을 주게 되면서 우울감이 낮아지기 때문에 폭식 충동을 잡을 수 있다.

식이장애와 폭식은 완벽주의, 자기 비난, 낮은 자존감 등의 아픈 우리 마음에서 나오는 신호다. 폭식증을 근원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우리 마음의 상처들에 이유를 묻지 말고 안아주고 감싸주며 보듬어주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스포츠조선 doctorkim@sportschsoun.com>

[글: 서초좋은의원 한혜성 원장, 서초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굿이미지심리치료센터 장창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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