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금호가(家)' 형제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박 회장 형제의 싸움은 지난 2009년 대물림 형제 경영의 전통이 깨지면서 촉발된 것으로 벌써 5년째로 접어들었다.
이를 두고 재계와 주변에서는 "가진 자들끼리 쩐(돈)의 전쟁"이라며 볼썽사납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양측은 여론의 눈치를 볼 처지가 못된다는 반응이다.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서로 치고받은 형국이다. 금호석화가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승인한 아시아나항공 주총의 부당성을 먼저 주장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박찬구 회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박찬구 회장,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 약속 어겼나?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일 금호석화를 상대로 "2010년 채권단과 맺은 합의서에 따라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12.6% ·2459만3400주)을 (박삼구 회장 계열의)금호산업에 매각할 것"을 청구하는 주식매각 이행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금호아시아나에 따르면 2010년 2월 박찬구 회장의 요청에 따라 금호아시아나의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화의 박찬구 회장은 분리, 독립경영하고 박삼구 회장이 보유한 금호석화 주식과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등 상호보유주식을 완전 매각해 계열분리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박삼구 회장은 2010년 3월 금호석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금호석화와의 분리경영을 실현하고, 2011년 11월 박삼구 회장 가계가 보유한 금호석화 주식을 완전 매각해 합의사항을 이행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은 석유화학계열을 분리, 독립경영하면서도 수차례에 걸친 채권단의 주식매각 합의이행 요청을 무시하고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키로 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가 당초 약속만 지키면 될 것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서 지나친 경영간섭을 하고 있다"며 "이번 주식매각 이행청구소송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완전한 계열분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굳이 이 시기에 이런 문제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과의 2010년 합의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말한 것일 뿐 무조건 지분 매각 약속은 아니었다라는 게 금호석화의 주장이다. 특히 2010년 당시 5000원이던 주가가 지금도 5000원 이하를 형성하는 등 아시아나항공이 저평가돼 있는 점을 들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주주로서의 소임을 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화의 계속된 말 바꾸기라고 일축했다. "금호석화는 처음에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팔되 우호세력에 매각하지만 않으면 금호석화도 미련 없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2011년 11월)'고 했다가 막상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 전량을 매각하자 '박삼구 회장의 매각대금 4000억원이 금호산업 유상증자 등으로 쓰인 것을 확인한 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겠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박찬구 회장 측의 말 바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면서 "2012년 6월 실제로 박삼구 회장이 매각대금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너무 떨어진 상태라 손해를 보며 팔 생각은 없다(2012년 9월)'고 다시 말을 바꿨다"고 비판한다. 특히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원가는 1055억9500만원, 2012년 9월 장부상 가격은 1706억7800만원이었던 사실을 들어 "취득원가보다 장부상 가격이 높아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주가하락' 변명은 어불성설이며 허위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장부가액 변동상황 자료를 공개하며 2012년말 1522억3300만원, 2013년말 1213억6800만원으로 나타나는 등 취득원가보다 여전히 높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총 갈등의 쟁점
금호석화가 지난달 27일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제기한 문제점은 크게 2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매각 부당성과 주총 의결정족수 확인 불가능, 개별안건 표결 무시 등 주총 진행절차상 중대한 결함이다.
금호석화는 "박삼구 회장 측이 금호산업 기업어음(CP) 매입·CP의 출자전환·총수익맞교환(TRS) 방식의 매각 등을 통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으며 진행 과정도 투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1일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주식 처분에 대한 이사회 결의사항 공시를 하고 24일까지 채권단 운영위원회의 최종승인 절차를 받게 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 상대방 측과 장외 시간외 거래를 통해 지분 4.9%(약 161만주)의 거래를 강행했다는 것. 이는 법에서 정한 워크아웃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결정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게 금호석화의 주장이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12.6%를 보유한 2대 주주 자격으로 정기주총에 앞서 이번 '금호산업 주식매각'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3월 25일까지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면서 "이는 정당한 주주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이며 금호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이 주장하는 대로 이번 파생거래 방식의 매각이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관련서류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주총 규정에 따라 주총 현장에 의결정족수(주주, 대리인 등 전체 지분의 3분의2)가 충족된 것인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의사 진행상 중요한 게 아니다"는 이유로 묵살당했기 때문에 절차상 중대한 결함이 있다고 금호석화는 덧붙였다. 금호석화는 "개별안건에 대한 표결 절차 역시 거치지 않은 채 주총이 날치기처럼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의 괜한 트집잡기"라는 반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 지분 매각은 채권단과 협의는 물론 매도·매수자간 회계자문, 법률자문 등의 검토를 거친 진성매각(True sale)으로 금호석화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발목을 잡는다는 입장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 운영위 승인절차 역시 정상적으로 진행(부의 3월19일, 결의 3월24일)된 것은 물론 채권단 모두 동의를 한 매각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가 2010년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매각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채 경영간섭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게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