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손', '청출어람(靑出於藍)', '역대 최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택한 경영승계의 핵심은 명확하다. '아버지보다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요약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후계구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주인공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28)이다.
말 한마디로 그룹 전체 직원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제왕적 이미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 회장을 중심으로 30년 이상 경영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경영능력면에서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경영승계가 이뤄지는 게 쉽지 않다. 총수 일가라는 점만 내세울 경우 국민들의 시선이 부담이다. 특별한 경영능력 앞에 누구나 수긍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장수 그룹 회장인 김 회장이 김동관 실장에게 기대하는 점은 '특별한 경영능력'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장남인 김동관씨(28)를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는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으로 임명했다.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한지 2년 만의 일. 초고속 승진이다. 2년간의 경영수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영능력 검증에 나섰다고 이해하면 쉽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경영능력의 검증이다.
우선 한화솔라원은 경영상황이 좋은 회사가 아니다. 한화케미컬의 자회사이지만 사업특성상 수입구조는 안정적이지 않다. 그룹 내 물량 밀어주기 등도 쉽지 않아 단기간 실적향상이 어렵다. 경영실적을 소위 뻥튀기해 경영능력을 검증받기 힘든 회사란 얘기다.
단순 경영능력 검증을 위해서라면 금융 관련 업무를 맡기는 게 수월했다. 현재 상태라면 오히려 한화솔라원의 경영 참여가 경영승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솔라원는 2010년 출범이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11개 종속기업을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13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는 1조932억원으로 자본금 7854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태양광 업황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적자 규모가 급격히 들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김동관 실장은 후한 경영능력 점수를 얻기가 힘들다. 그나마 최근 적자폭이 개선되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솔라원은 실적이 좋지 않아 그룹 내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회사였다"며 "혹독한 환경에서의 경영수업은 향후 그룹 장악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관계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한화가 김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체제가 30년 이상 유지된 점, 김동관 실장이 20대로 그룹 장악력이 떨어지는 점 등을 주목했다. 그는 "한화솔라원에 대한 그룹의 전폭적인 투자 등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분위기"라며 "죽어가던 회사를 살리는 것으로 비춰지게 될 경우 경영능력 검증이란 산을 넘는 동시에 그룹 장악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상황은 반드시 개선, 그룹 내 입지 다지기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시험대 오른 경영3세 물심양면 지원
실제 한화는 태양광 사업을 위해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4월 13일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개소했고, 8월에는 독일 함부르크SV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미국 태양광기술 벤처기업 크리스탈솔라의 일부 지분을 확보했다.
김동관 실장이 그룹에 처음 입사한 2010년 1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선 처음으로 태양전지 상업생산에 성공했고 지난해 8월 중국 솔라원을 4300억원에 인수했다. 또 미국 1366테크놀로지 지분 인수(2010년 10월), 미국 솔라몽키와 전략적 제휴(2011년 1월), 한화솔라아메리카 설립(2011년 3월), 한화솔라에너지 설립(2011년 4월),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2011년 4월) 등 불과 1년4개월여 만에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그룹 차원의 엄청난 물량공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김동관 실장이 깊숙이 개입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사업 만큼은 오너일가(김 실장의) 의견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태양광 사업이란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른 김동관 실장. 태양광 사업의 성공여부가 경영승계의 중요변수로 떠오르는 가운데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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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연합뉴스 2011년 5월 3일 자
사진설명
한화그룹은 2011년 5월 '도전·헌신·정도'를 내세우며 대대적 혁신작업에 돌입했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차장이 단상 위에서 터치버튼을 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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