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6월22일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 멕시코월드컵 8강전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며 아프리카 역사상 최초로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조지 웨아. 그는 베로나전에서 코너킥 상황서 볼을 탈취한 뒤, 무려 90m를 질주했다. 웨아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볼 수 있었던 이 골은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1996년 10월12일 바르셀로나 대 콤포스텔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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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10호골. 손흥민이 이날 기록한 골은 영국을 넘어 전세계를 흥분시켰다. 무려 80m 이상을 질주하며 번리 수비수 8명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EPL 최장거리 드리블 골이자, 가장 많은 수비수를 제친 골로 역사에 남았다.
비디오게임에서나 나올법한 '현실성 제로' 골에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잉글랜드의 레전드 공격수였던 개리 리네커는 득점이 터지자마자 자신의 SNS를 통해 '와우, 손흥민이 가장 훌륭한 골을 넣었다. 내 생각에는 이번 시즌의 골'이라며 극찬했다. 사우샘프턴 레전드인 맷 르 티시에도 스카이스포츠 방송에 출연해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이다. 아름다운 골이자 세기의 골"이라며 치켜세웠다.
전설들이 소환됐다. 스페인 유력지 마르카는 이날 손흥민의 골을 마라도나의 멕시코월드컵 골에 비교했고,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호나우두의 골이 생각났다"고 했다. 손흥민 앞에 웨아, 리오넬 메시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라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로 멋진 골이자 손흥민의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준 골이었다. 알려진대로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다. 그의 스피드는 유럽에서도 톱클래스로 꼽힌다. 득점 장면을 자세히 보자. 전반 30분55초 경 토트넘 진영, 박스 바로 앞에서 볼을 가로챈 손흥민은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2명의 수비를 매단 채 가운데로 볼을 강하게 친 손흥민은 3명의 미드필더를 벗겨낸 후 또 한번 속도를 높여 최종 2명의 수비수까지 제쳤다. 전반 31분7초,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11명의 번리 선수 중 골키퍼 포함 무려 9명을 단번에 지워버렸다.
마라도나와 호나우두가 섬세한 터치와 전환으로 만들어낸 골이라면, 이번 명장면은 온전히 폭발적 스피드로 만들어낸 골이다. 질주 당시 손흥민의 스피드가 시속 34.1km/h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달리기 기록으로 환산하면 100m를 10.7초에 주파한 셈이다. 대단한 기록이기는 하지만, 사실 다른 스피드 스타들에 비하면 명함을 내밀 수치는 아니다. 맨시티의 르로이 자네는 올 시즌 35.18km/h의 속도를 낸 적이 있고, 맨유에서 풀럼으로 임대된 티모시 포수-멘사는 무려 35.32km/h의 속도를 기록했다. 올 시즌 잉글랜드 무대에서 기록된 가장 빠른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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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상황인식이다. 전문가들은 "사실 이런 질주는 본능에 가깝다.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에서 '정확히 어디에 볼을 치고 뛰자' 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차이는 있다고 했다. 미리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할 경우, 본능의 성공도가 높아질 수 있다. 메시가 대표적인데, 메시는 속도 자체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공간에 대한 인식이 워낙 뛰어나 드리블할때 상대보다 앞설 수 있다. 손흥민도 이날 미드필더 사이, 그리고 센터백 사이의 공간이 벌어진 것을 미리 판단한 후, 뛰어들었다. 손흥민의 판단은 공격수의 움직임에 뒤늦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수비들을 힘들게 했고, 결국 역사적인 골로 이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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