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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申 후임 감독 선임 '올인', 결국 시간+돈+뚝심 필요하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7-03 05:40


최영일 부회장 사진제공=KFA

한국 축구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분위기는 4년 전과 '천양지차'다. 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새 수뇌부가 들어선 지 반년여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책임지는 이가 없다. 조별리그에서 짐을 싼 아쉬운 결과는 전임 집행부의 책임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반복된 실패는 전세계를 놀라게 한 '세계랭킹 1위' 독일을 꺾은 환희에 슬그머니 가려져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조만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주재로 월드컵 리뷰를 위한 선임위원회를 연다. A대표팀 준비 과정과 조별리그 세 경기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위원회에서 계약이 만료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후임 사령탑도 논의될 전망이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신화를 이뤄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팀 수장이 여섯 차례나 바뀌었다. 조광래→최강희→홍명보→신태용(감독대행)→울리 슈틸리케→신태용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 기간 동안 8회와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다. 정작 피해자는 선수들이었다. 새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맞추는 건 선수들의 숙명이긴 하지만 잦은 변화는 '독'이었다. 지난 4년간 주장 완장을 찼던 기성용도 "지난 8년간 잦은 감독 교체로 대표팀이 어수선했던 건 사실이다. 주장으로서 짊어진 책임감이 무거웠다.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조별예선 3차전이 27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신태용 감독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카잔(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A대표팀은 또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번 만큼은 안정된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4년간 일관성 있는 철학으로 팀을 이끌 명장이 필요하다. 협회 새 수뇌부는 신 감독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월드컵 본선 이전부터 협회의 A매치 주선과 외국인 감독 물색을 맡고 있는 '캄(KAM) 스포츠'를 가동해 새 감독을 물밑 접촉 중이었다.

협회의 기본적인 구상에 공감한다. 다수는 '여론 무마용' 외국인 감독보다 4년 뒤 강호들과 당당하게 만들 수 있는 감독을 원하고 있다. 협회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협회는 KAM에서 물색한 몇몇 외인 감독들의 프로필을 받아보고 퇴짜를 놓기도 했다. 협회는 거물급 명장 영입을 위해 주머니를 열어놓은 상태다.

결국 '시간'과 '돈' 그리고 '뚝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명장이라도 팀을 만들 시간이 없으면 실패한 지난 8년이 되풀이 될 뿐이다. 홍명보도, 신태용도 팀을 정비할 시간이 1년밖에 없었다. 새 감독과 선수들 간에 신뢰가 쌓이려면 4년을 꾸준하게 이끌 명장이 필요하다.

물론 새 감독에게 4년이란 임기를 보장한다는 건 협회 입장에서 부담일 수 있다. 오는 9월 A매치부터 출항할 새 감독의 성적이 좋지 않고, 여론에 밀려 경질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 잔여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헛돈을 쓰게 되는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툭하면 A대표팀 감독이 바뀌는 건 시간 낭비다. 때문에 협회 수뇌부의 뚝심이 절실하다. 여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축구는 항상 상승곡선을 그릴 수 없다. 때론 쓰라린 패배도 당할 수 있다. 한국축구에 색깔을 입히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려는 일관된 철학과 방향성만 있으면 된다. 단 하나, '슈틸리케 케이스' 재발방지를 위해 외국인 감독을 제어할 수 있는 조언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패막이 아닌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카운터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선임하고 밀고 나가야 한다. 행정 실패의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무능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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