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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카네이로 스캔들의 끝은 법정에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9-23 08:15


ⓒAFPBBNews = News1

에바 카네이로가 결국 첼시를 떠난다. 하지만 그냥 떠나는 것이 아니다.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는 23일(한국시각) '카네이로가 첼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9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2-2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4분. 첼시의 에덴 아자르가 공을 몰고 가다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팀닥터 카네이로는 곧바로 경기장에 뛰어들어갔고, 아자르를 그라운드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응급 처치를 했다. 이를 지켜보던 무리뉴 감독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카네이로에게 화를 냈다. 이미 한 명이 퇴장 당해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 아자르까지 나가 잠시나마 9명으로 경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첼시는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2대2로 경기를 마쳤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충동적이고 순진한 의료진에 화가 났다"며 "아자르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의료진도 축구를 이해해야 한다"고 카네이로를 비난했다.

카네이로는 경기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사태를 키웠다. 무리뉴 감독은 결국 12일 카네이로에게 훈련장에서만 선수들의 부상을 관리하도록 하고, 홈, 원정 경기에는 따라오지 못하게 해 사실상 직위해제시켰다. 프리시즌에서의 부진, 첫 경기에서의 무승부를 반전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무리뉴 감독은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스태프들의 인사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비난 여론이 무리뉴 감독을 향했다. 이미 EPL의 20개 구단 팀 닥터들은 12일 공개적으로 무리뉴 감독에게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카네이로를 벤치에 앉지 못하도록 한 것은 극도로 부당한 처사다. 카네이로는 심판의 신호를 보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만약 카네이로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의사로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그녀는 의사로서 우선순위를 잘 지켰다"고 전했다. 리버풀의 전 스포츠 의학박사인 피터 브런크너도 "무리뉴 감독의 행동은 끔찍했다. 카네이로는 무리뉴 감독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사과를 받아야 한다. 첼시의 행동에 정말 실망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거들었다. FIFA 의료분과의 최고책임자인 이리 드보락 교수는 "의료진이 그라운드에 들어가 선수를 치료하는 데 대해 감독이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다"며 "의학적 관점과 진단에서 감독은 이야기할 것이 없다. 선수의 건강을 살피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자 도덕적 의무다. 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무리뉴 감독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던 팬들 역시 이번만큼은 그를 외면했다. 2009년 첼시 2군 팀닥터로 들어와 2011년 비야스 보야스 감독의 제안으로 1군에 합류한 카네이로는 EPL 역사상 최초의 1군 여성 팀 닥터였다. 예쁜 외모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첼시 팬들은 SNS를 통해 "그(무리뉴)를 좋아하지만 이번엔 너무했다" "팀 닥터 때문에 이기지 못했다는 건가" 등 비난 섞인 글을 올리며 무리뉴를 비판했다. 이번 시즌 개막 전 4년 재계약을 지시했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역시 무리뉴 감독의 발언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결국 무리뉴 감독이 한발 물러섰다. "현 챔피언과 전 챔피언이 붙는다는 이유로 회견장이 꽉 차길 원했다"고 입을 연 무리뉴 감독은 "도망가지 않겠다. 우리에겐 환상적인 메디컬 팀과 의사들이 있다. 메디컬 팀에선 두 명만 경기장 벤치에 앉을 수 있는데 카네이로는 이번 주 벤치에 앉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시즌 내내 앉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나와 메디컬 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경기를 준비하는 것에 영향받을 것이라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생각은 틀렸다"며 "어제 피드백이 있었다. 난 오픈되어 있다. 나도 실수를 하며 무자비한 것도 아니다. 대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뉘앙스는 사과 였지만 대놓고 사과하지는 않았다. 무리뉴 감독 다운 마무리였다.

카네이로는 복귀를 준비했지만, 자신을 외면하는 무리뉴 감독을 바라보며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카네이로는 소송 카드를 꺼내며 무리뉴 감독과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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