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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그렇게 일어났다. 극적인 추가골을 터뜨린 후반 42분, 무리뉴는 '뜨거운' 세레머니 과정에 뛰어들어 '차가운' 이성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페널티박스 내 무려 17명이 들어찬 코너킥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골은 나오지 않았다. 9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첼시는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을 2-0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누적스코어 3-3, 원정 다득점 적용). 모두가 불리하다고 했던 판을 보란 듯이 뒤집은 것이다.
좀처럼 전진하기 힘든 상황, 믿을 건 데드볼이었다. 촘촘한 압박을 구현한 PSG 진영으로 보다 많은 공격 숫자를 침투시키기 위해선 볼이 멈춰있는 편이 조금 더 유리했다. 쉬얼레의 첫 골도 그렇게 나왔다. 높은 지점에서의 롱스로인은 코너킥이나 프리킥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볼을 머리에 맞히지 못했던 루이스는 등을 대 떨어뜨렸고, 이를 쉬얼레가 차 넣었다. PSG 수비의 포지셔닝과 움직임을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볼 진행 방향상 몸을 돌려 바깥으로 처리해야 했던 이들은 상대에 비해 시야가 훨씬 좁았다. 이젠 PSG도 추가 득점을 욕심내야 했다. 첼시로선 게임을 훨씬 더 쉽게 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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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분대에 펼쳐진 조커 싸움엔 두 팀의 처지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무리뉴는 토레스까지 투입해 뎀바바, 에투-쉬얼레-토레스로 공격에 무게를 실었고, 블랑은 마르퀴뇨스를 넣어 맞섰다. 측면으로 넓게 벌리거나, 중앙에서 짧게 연결하기보다는 무작정 공중으로 띄었던 첼시의 패턴이 끝내 판을 뒤집었다. 이들은 토레스의 경합 이후 나온 아스필리쿠에타의 슈팅을 뎀바바가 골로 연결했다. 이후 수비 진영으로 내려간 뎀바바는 존테리-케이힐 사이에서 PSG와의 롱볼 싸움에까지 관여했다. 지난 3월 "뎀바바는 아주 중요하다. 세 명의 스트라이커를 유지한 건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던 무리뉴가 결국엔 옳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