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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크로스바 두 방'을 극복한 그 남자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4-09 09:23


ⓒAFPBBNews = News1

'기적'은 그렇게 일어났다. 극적인 추가골을 터뜨린 후반 42분, 무리뉴는 '뜨거운' 세레머니 과정에 뛰어들어 '차가운' 이성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페널티박스 내 무려 17명이 들어찬 코너킥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골은 나오지 않았다. 9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첼시는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을 2-0으로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누적스코어 3-3, 원정 다득점 적용). 모두가 불리하다고 했던 판을 보란 듯이 뒤집은 것이다.

선제골이 터질 시점이 곧 첼시의 4강행을 가늠할 척도. 공격 의지를 천명했지만, 뒷문 단속을 신경 쓴 탓에 충분한 공격 숫자를 확보할 순 없었다. 공격 진영에서 볼을 잡은 선수를 기점으로 앞선에 한두 명, 동일 선상에 한두 명 정도가 서 있을 뿐이었다. 로빙 패스로 상대 진영을 두드렸으나, 수비적으로 준비가 된 PSG가 그렇게 쉽게 열릴 리 없었다. "2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던 블랑 감독의 말이 무색했던 이유는 두 팀의 극명한 온도 차에 있었다. 1차전 3-1의 스코어를 '지키려는 자'가 굳이 '뒤집으려는 자'에 맞서 무리하게 나설 필요는 없었다.

공격엔 원톱과 2선이 올라갔다. 확실한 상황에서만 램파드-루이스 및 측면 수비가 힘을 보태는 양상이 이어졌다. 이마저도 볼을 빼앗기면 죽기 살기로 내려와야 했다. PSG는 안정적인 키핑과 정확한 패스를 통해 전진했고, 5vs5 정도의 수적 싸움을 만들며 위협했다. 이러한 장면에서 첼시의 파울 개수도 늘어난다. 숨을 고르지 못하고 내려와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바에야 차라리 중앙선 인근에서 지능적으로 끊은 뒤 내려오는 게 편했다. 다만 공격은 공격대로, 수비는 수비대로 하게 되면서 라인 간격이 다소 헐거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첼시 자체가 라인을 바짝 좁혀 위아래로 빠르게 움직이며 압박하는 데 능하지 않다).

좀처럼 전진하기 힘든 상황, 믿을 건 데드볼이었다. 촘촘한 압박을 구현한 PSG 진영으로 보다 많은 공격 숫자를 침투시키기 위해선 볼이 멈춰있는 편이 조금 더 유리했다. 쉬얼레의 첫 골도 그렇게 나왔다. 높은 지점에서의 롱스로인은 코너킥이나 프리킥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볼을 머리에 맞히지 못했던 루이스는 등을 대 떨어뜨렸고, 이를 쉬얼레가 차 넣었다. PSG 수비의 포지셔닝과 움직임을 지적할 수도 있겠으나, 볼 진행 방향상 몸을 돌려 바깥으로 처리해야 했던 이들은 상대에 비해 시야가 훨씬 좁았다. 이젠 PSG도 추가 득점을 욕심내야 했다. 첼시로선 게임을 훨씬 더 쉽게 풀 수 있었다.


후반 들어 블랑 감독은 라인을 확실히 끌어 올렸다. 카바니의 활동폭도 확연히 넓어졌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램파드의 볼 배급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첼시가 이 지점만 넘는다면 상대를 공략할 공간도 한결 넓었다. 수비벽을 앞에 두고 무리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던 전반전과는 차원이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자신감이 붙은 쉬얼레는 종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에 힘이 제대로 붙었고, 첼시는 이 과정에서 크로스바를 '두 번'이나 때린다. 다만 난타전을 감당할 체력이 관건이었다. 주말 스토크시티전에 모든 걸 쏟아낸 이들이 7~80분대까지도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느냐엔 물음표가 따랐다.

80분대에 펼쳐진 조커 싸움엔 두 팀의 처지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무리뉴는 토레스까지 투입해 뎀바바, 에투-쉬얼레-토레스로 공격에 무게를 실었고, 블랑은 마르퀴뇨스를 넣어 맞섰다. 측면으로 넓게 벌리거나, 중앙에서 짧게 연결하기보다는 무작정 공중으로 띄었던 첼시의 패턴이 끝내 판을 뒤집었다. 이들은 토레스의 경합 이후 나온 아스필리쿠에타의 슈팅을 뎀바바가 골로 연결했다. 이후 수비 진영으로 내려간 뎀바바는 존테리-케이힐 사이에서 PSG와의 롱볼 싸움에까지 관여했다. 지난 3월 "뎀바바는 아주 중요하다. 세 명의 스트라이커를 유지한 건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던 무리뉴가 결국엔 옳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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