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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전'서 보여준 무리뉴 감독이 '스페셜원'인 이유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4-09 08:10


◇뎀바 바가 후반 42분 극적인 4강행 골문을 열자 조제 무리뉴 감독도 달려가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런던=ⓒAFPBBNews = News1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었다."

배우들의 명연기도 돋보였지만, 이날만큼은 작가의 갱이 완벽했다. '첼시의 극적인 4강' 드리마의 갱을 쓴 작가는 바로 '스페셜원' 조제 무리뉴 감독이었다.

무리뉴 감독이 왜 '스페셜원'으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한판 승부였다. 첼시는 9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서 열린 파리생제르맹과의 2013~201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2대0 승리를 거뒀다. 전반 32분 안드레 쉬얼레의 골로 앞서나간 첼시는 후반 42분 뎀바 바의 골을 추가하며 완승을 거뒀다. 1차전에서 1대3으로 패한 첼시는 이날 2대0 승리로 1,2차전 합계 3대3 동점을 만들었고, 1차전에서 기록한 원정득점을 앞세워 극적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전부터 4강진출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첼시는 파리생제르맹보다 많은 골을 넣고 승리할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경기에 나서지도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한번도 탈락한 적이 없다. 그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감독이다. 그는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180분 경기'라 칭하며 완벽한 전략으로 경기에 임한다. 전반전에 해당하는 1차전에서 1대3이라는 아쉬운 스코어를 받았지만, 그는 침착히 후반전이라는 2차전에 나섰다.

경기는 초반부터 꼬였다. '에이스' 에당 아자르가 전반 18분만에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가 약한 첼시 입장에서는 측면에서 공격의 돌파구를 풀어주는 아자르의 부상이 치명적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침착했다. 프랭크 램파드의 비중을 높였고, 대신 쉬얼레를 투입해 공격의 템포를 끌어올렸다. 쉬얼레는 전반 내내 돋보이는 플레이로 선제골까지 기록하며 무리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무리뉴 감독은 또 한번의 매직을 꺼냈다. 램파드와 오스카를 빼고 바와 페르난도 토레스를 투입하는 모험을 걸었다. 미드필드가 얇아졌지만, 무리뉴 감독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빠르게 볼을 투입해 골을 노리게 했다. 한골만 허용해도 사실상 4강행이 물건너가는 상황이었지만, 무리뉴 감독의 승부수 기질은 흔들림이 없었다. 결국 무리뉴 감독의 판단은 맞았다. 바는 후반 42분 극적인 골을 터뜨렸다.

2번째 골 후 스탬포드 브리지는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관중은 물론 선수들의 심장도 터질듯이 뛰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달랐다. 그는 격렬한 세리머니를 마치고 다시 머리와 심장을 차갑게 식혔다. 곧바로 쉬얼레에 다가가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첼시는 파리생제르맹의 막파 대공세를 막아내며 4강행을 확정지었다.

이날 만큼은 무리뉴 감독이 이끈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팀의 주장인 존 테리는 경기 후 잉글랜드 방송 ITV와의 인터뷰에서 "선제골을 넣으면 언제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든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연습했다. 1-0이든 2-0이든 3-1이든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었고, 다시 한 번 그 계획이 제대로 통했다"며 무리뉴 감독에 찬사를 보냈다. 이탈리아의 레전드 잔루카 비알리는 축구전문 사이트 투토 메르카토를 통해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전술적으로는 완벽했다"고 평했다. 첼시의 수문장 페르트 체흐 역시 경기 후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리뉴 감독 덕분에 준결승전에 진출하는 기적을 이뤘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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