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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축구장의 '12번째 선수'다.
홈팀 전남이 먼저 웃었다. 전반전 바람을 등지고 나선 '동생' 전남은 '형님' 포항을 괴롭혔다. 선제골도 행운의 바람이 만들어냈다. 수비수 현영민이 포항 진영 왼쪽에서 높게 찬 코너킥이 바람을 타고 급격하게 휘더니 포항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중볼이 뜰 때마다 착지점을 못 찾아 애를 먹었던 포항에겐 재앙이었다. 진영이 바뀐 후반전은 포항 천하였다. 후반 시작 7분 만에 김재성이 동점골을 만들어내더니, 후반 31분에는 이명주의 헤딩슛이 전남 골망을 갈랐다. 포항을 지치게 만들었던 바람은 그렇게 마음을 바꾸는 듯 했다. 하지만 불과 3분 뒤 전남이 이종호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는 2대2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리그 3경기에서 무패(2승1무·전남)와 연승(포항)을 달렸던 두 팀은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전반전은 뒷바람의 영향도 있었지만 우리가 경기를 주도하고 골까지 얻었다. 박기동 등 새로 투입된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해줬다"고 평가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정상적으로 준비를 하긴 어려운 여건이었다. 선제골 실점도 바람이 원인"이라며 "후반전 바람을 등지고 싸우게 되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수들이 잘 해줬지만, 결국 실점을 하면서 아쉽게 마무리를 했다"고 평했다.
광양=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