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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축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은 건 콘텐츠였다.
한국의 A매치 최다관중 기록이 작성됐다. 대한축구협회는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경기에 6만5308명이 입장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축구의 새 역사다. 2002년 6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한-일월드컵 4강전에 모인 6만5256명보다 52명 많은 관중이 브라질전에 입장했다.
이미 예견된 기록이다. 협회는 지난달 27일부터 브라질전 입장권 6만여석의 인터넷 예매를 시작했다. 4일 만에 표가 동이 났고, 이날 현장 판매분 1500여석도 모두 팔렸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이었다.
콘텐츠의 힘이다. 스페셜석이 20만원(리셉션 뷔페 및 유니폼 제공), 특석 10만원(고급 도시락 제공), 1등석 8만원, 2등석 5만원, 3등석 3만원 등 다른 A매치보다 입장권 가격이 고액으로 책정됐지만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한국 축구팬들은 '신성' 네이마르(바르셀로나), 헐크(제니트), 오스카, 다비드 루이스(이상 첼시)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덕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오랜만에 붉은 물결이 가득 찼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일었던 '축구 붐'이 다시 찾아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단순하게 한국 응원만을 위해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상대팀인 브라질도 한국 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브라질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싱 플레이가 나올때면 환호를 질렀다. 승패를 떠나 높은 퀄리티의 축구 경기를 즐겼다.
최근 A매치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A매치=흥행 보증수표' 공식이 깨진지도 오래됐다. 협회는 지방 개최로 눈을 돌리며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지역 편차가 심했다. 지난달 6일 인천에서 열린 아이티전에서 흥행 참패(1만3624명·A매치 역대 최소관중)를 맛봤다. 그러나 유럽 축구를 주름잡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브라질이 한국을 찾자 팬들은 앞다투어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좋은 콘텐츠가 A매치의 인기를 부활시킬 수 있는 원동력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