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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의 새카드 '무한스위칭'의 명과 암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10-13 14:04



공격진에 대한 홍명보 감독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홍 감독은 매경기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데뷔무대였던 2013년 동아시안컵과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는 전형적인 원톱자원을 테스트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유럽파가 처음으로 합류한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에서는 변형 투톱과 제로톱을 실험했다. 브라질전에서는 또 다른 카드를 꺼냈다. '무한스위칭'이었다.

브라질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든 홍 감독은 최전방과 2선 공격수의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무한스위칭'을 실험했다. 제로톱에 위치한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을 축으로 지동원(선덜랜드)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턴)이 2선에 포진했다. 당초 선발출전이 유력했던 손흥민(레버쿠젠) 대신 전술 이해도와 연계력이 좋은 지동원이 선발로 나섰다. 이들은 경기 내내 위치를 바꿨다. 자기 영역은 없었다. 중앙 정도로 이동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영역을 파괴했다. 오른쪽 날개 이청용이 왼쪽으로 포진하면 지동원이 중앙으로, 김보경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사실 홍 감독은 잦은 포지션 체인지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는 안정된 포지셔닝을 중시한다. 안정된 밸런스를 위해서다. 위치 변화는 상대에게 혼동을 줄 수 있지만, 전술적 안정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브라질전에서는 2선 공격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무한스위칭'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홍 감독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선택인 셈이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압박이라는 측면에서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뒀지만, 득점력면에서는 이번에도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먼저 압박을 살펴보자. 최전방과 2선 공격진이 전방위로 가하는 압박은 브라질전 최고의 수확이었다. 지난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에서 잃어버렸던 홍명보호의 색깔을 다시 찾았다. 구자철이 다비드 루이스(첼시)와 단테(바이에른 뮌헨) 사이에 포진해 공격 전개를 방해하는 사이, 2선 공격진은 윙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진을 철저히 차단했다. 압박에서 스위칭은 독이 될 수 있지만, 이날은 달랐다. 잦은 스위칭에도 자기 공간에 대한 압박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기성용(선덜랜드)이라는 무게감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가세하자 압박이 한층 정교해졌다. 브라질은 전반 내내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홍 감독도 " 축구는 90분 동안 아무리 약팀이과 경기를 해도 완벽할 수 없다. 이날 압박은 잘 됐다. 체력과 전술적으로 많이 보완해야 하지만, 경기 전 준비했던 콤팩트한 면과 맨투맨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한스위칭으로 공간을 만들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는데 까지는 성공했다. 이 후가 문제였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사람이 부족했다. 측면에서 볼을 받았을때 1대1을 고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중앙으로 공격수가 침투할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세밀한 볼처리도 아쉬웠다. 전방에서는 감각적인 터치 한번으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구자철은 전문 공격수가 아니었고, 지동원은 여전히 감각적으로 완벽해보이지 않았다. 1대1 능력이 탁월했던 김보경이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홍 감독은 다양한 실험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 계속 득점력에 대한 준비할 것이다. 다른 부분을 강화시켜서라도 이 부분은 대비책을 찾을 것이다"고 했다.

'무한스위칭'은 홍 감독의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특히 강팀과의 경기에서 상대를 초반에 압박하기에는 최상의 카드로 보인다. 브라질전 전반전이 이를 입증했다. 압박의 강도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체력과 공격시 득점까지 연결될 수 있는 확실한 루트를 만들 수 있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도 쓰일 수 있는 유용한 전술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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