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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공격수'에서 가수로 화려하게 말을 갈아탄 구자명이 2골을 쓸어담았다. '살찐' 안정환은 뱃살이 상당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녔다. 그래도 골냄새를 맡는 능력은 여전했다. 두 차례 골망을 흔들며 '자존심'을 지켰다. 개그맨 이수근과 서경석, 가수 김종국은 양념이었다. 현란한 '몸개그'에 배꼽을 잡게 했다.
휘슬이 울리기 전 사랑팀의 이수근이 벤치에서 파도타기 응원을 유도하며 서막을 알렸다. 54초 만에 첫 골이 터졌다. 제주의 송진형이었다. FC서울 출신인 그가 향한 곳은 최 감독 앞이었다. 웃통을 벗더니 예술같은 초콜릿 식스팩을 자랑했다. 최 감독은 쑥스럽게 웃으며 난처해 했다. 지난 여름 K-리그 올스타전이었다. 최 감독은 '뱃살텔리 세리머니'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골을 터트린 후 유로 2012 독일과 이탈리아의 4강전에서 발로텔리가 그랬듯 유니폼을 벗었다. 백미는 몸이었다. 발로텔리의 찰진 근육은 없었다. 출렁이는 '똥배'는 관중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1분 뒤 희망팀의 오재석(강원)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서경석의 화살코 세리머니에 모두가 그라운드에 나자빠졌다. '독도 세리머니'의 대명사 박종우(부산)는 현란한 개인기가 아닌 몸으로 일조했다. 껌을 씹으며 경기에 나선 그는 녹색이 아닌 마루바닥이 어색한 듯 2~3차례 잔실수를 범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박종우 개발"을 노래하며 면박을 줬지만 개의치 않았다.
클라이맥스는 역시 후반전이었다. 사랑팀에는 '골넣는 골키퍼' 김병지(경남)와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 출격했다. 김병지는 하프타임 '타깃 맞추기' 이벤트에서 김영권(광저우)을 1대0으로 꺾어 사랑팀에 1점을 선물했다. 희망팀도 올림픽대표팀 코치 김태영 박건하로 맞불을 놓았다. 구자명도 옛동료들과 만났다. 그는 17세 이하 청소년대표 출신의 기대주였지만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
김종국이 2골을 터트리며 기세를 올렸다. 구자명은 수차례 찬스를 잡았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김병지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후반 17분 마침내 골맛을 보자 그는 김병지를 향해 큰 절을 했다. 물꼬를 트자 1분 뒤 또 골을 터트렸다.
7-7이 되자 그라운드는 용광로로 변신했다. 김병지와 희망팀의 골키퍼 이범영(부산)은 골문을 비우고 공격에 가담했다. 대미는 안정환이 장식했다. 후반 13분 골을 터트린 그는 마지막 골을 터트린 후 '뱃살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장내 아나운서의 "임신 8주" 얘기에 그는 애꿎은 머리만 긁적였다. 8대7, 사랑팀이 한 골차로 승리했다. 홍 감독은 '철퇴'를 맞았다. 벌칙으로 꽃거지 세리머니의 희생양이 됐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더니 개그맨 정형돈의 진상 스핀까지 하는 깜짝쇼를 선보였다.
올림픽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최 감독으로 구성된 코치팀과 선수팀의 충돌로 마련된 이벤트 경기도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홍 감독과 박종우가 골키퍼 장갑을 끼는 등 '포지션 파괴'가 이뤄진 가운데 코치팀이 7대6으로 승리를 거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슬라이딩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경기가 끝나자 그라운드는 종이가루와 함께 캐롤송이 울려퍼졌다. 그 순간 사랑의 온도탑은 100℃를 가리키고 있었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한 해다.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쁘다. 처음부터 주장했던 '팀'이 마지막까지 '팀'으로 결실을 얻을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축구선수들이 사회에 무엇인가를 하고 있구나 인식을 심어준 부분에 대해서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는 모르겠지만 사회환원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한다면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구가 국민들에 사랑받는 스포츠로 계속해서 자리할 수 있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선경기 수익금은 소년소녀 가장과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을 돕는 데 사용된다.
잠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