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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0경기에 출전, 2골 5도움의 활약을 펼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김근철(29·전남)은 지난해 부산의 주장을 역임하며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는 듯 했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지난해는 아픔의 연속이었다. 시작은 호기로웠으나 그 끝은 비참했다. 2군에만 머물다 시즌을 마쳤다. 변화가 필요했다. 새둥지에서 신인의 마음으로 축구 인생 다시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마침 경험이 풍부한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전남이 손을 내밀었다. 전남의 노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시즌 전부터 이 날 만을 기다렸다. 2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릴 K-리그 14라운드, 자신을 버린 부산과의 첫 대결이다.
팀 승리='힐링 매치'
시즌 전 일본 전지훈련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많이 힘들었던 만큼 올해에는 이를 악 물고 플레이하겠다. 몸으로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몸이 문제였다. 시즌 초반 전남의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의지가 앞선 나머지 3월 전북전을 앞두고 허벅지를 다쳤다. 그 사이 포지션 경쟁자인 김영욱과 손설민이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근철은 이들에 밀려 교체 멤버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지만 경기에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단다. "주전으로 뛰고 싶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이 많이 있으니 여러 측면에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 부산전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최근 컨디션이 좋다. 함께 부산에 간다"고 밝혔다. 다행히 부산전을 앞두고 기분 좋게 시즌 첫 공격 포인트도 기록했다. 2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창원시청과의 FA컵 32강전에서 코니의 결승골을 돕는 코너킥으로 전남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바람은 딱 하나. 부산전 선발 출전도, 공격포인트도 아니다. 그는 "선발이든 교체든 그라운드에 나서기만 한다면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 경기에 못뛰더라도 팀이 이길수만 있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힐링 매치'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