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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포스트 박지성' 가까워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9-06 15:03


◇박주영이 '포스트 박지성'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레바논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1차전에서 박주영이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조광래 A대표팀(57)이 그동안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포스트 박지성'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지였다. 1월 카타르아시안컵을 끝으로 박지성(30·맨유)이 A대표팀을 떠난 뒤부터 여러 선수를 시험했지만,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머리만 더욱 복잡해졌다.

그런데 최근 이 답을 찾아가고 있다. 박지성으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 받은 박주영(26·아스널)이 '포스트 박지성'에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박지성이 보여줬던 기량과 리더십 두 측면 모두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

2일 레바논전에서 종전의 중앙 대신 왼쪽 측면으로 이동시킨 깜짝 기용이 적중했다. 이적 문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박주영에게 원톱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내린 조 감독의 배려가 오히려 맞아 떨어졌다. 박주영은 해트트릭으로 화답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공격 형태나 패스 연결 및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움직임 모두 합격점을 줄 만 했다. 골잡이의 타고난 감각에 센스까지 더해진 모습으로 박지성이 보여줬던 폭발력을 갖춰가고 있다.

주장 완장 뿐만 아니라 기량적인 측면에서도 박지성을 닮아가고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주장이 된 뒤부터 부쩍 책임감이 늘었던 박주영은 아스널 이적 후 더욱 성숙한 모습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팀에서 뛴다는 자부심과 책임감, 여유가 A대표팀에서의 긍정적인 리더십을 만들어 냈다. 한-일전 뒤 잔뜩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해 레바논전 대승에 일조했다.

포지션적인 부분에서는 박주영이 '포스트 박지성'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아스널에서 부여받게 될 포지션과 임무에 따라 자연스럽게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대표팀에서도 또 다른 측면 요원이 발굴된다면 본래의 자리인 중앙으로 이동할 여지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측면에서의 활약도 가능성이 확인된데다 원톱 자리에 포진한 지동원(20·선덜랜드)의 성장세에 따라 왼쪽 측면 자리에 고정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조 감독의 '포스트 박지성'에 대한 고민은 해소될 수 있다. 리더십 부분도 남은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통해 검증을 더 거쳐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시간이 지나면 박지성의 '맨유 리더십'과 견줄 만한 '아스널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쿠웨이트시티=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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