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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스널이었다. 박지성(30·맨유)이 29일(이하 한국시각) 2011~2012시즌 마수걸이 골을 신고했다.
마치 '아스널 전류'가 따로 흐르는 듯 하다. 2005년 7월 맨유에 둥지를 튼 그는 이날 통산 25호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아스널을 상대로 무려 5골을 터트렸다. 20%에 이르는 수치다. 데뷔 시즌인 2005~2006시즌 터트린 2골 중 1골이 아스널전에서 나왔다. 2008~2009시즌 아스널전 골을 재가동한 이후 4시즌 연속골을 기록했다. 대회별로 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4골,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1골이다.
골 맛을 본 15개 구단 중 아스널이 압도적이다. 박지성은 울버햄턴(3골·12%), 첼시-볼턴-풀럼-블랙번(이상 2골·각 8%)을 상대로 멀티골을 작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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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널은 세밀한 패스를 앞세워 볼 점유율이 높은 축구를 추구한다. 하지만 기복이 심하다. 특히 맨유를 만나면 공수밸런스가 흔들린다. 곳곳에 공간이 생긴다. 박지성의 공간 창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박지성은 볼이 필요없다"고 극찬할 정도다.
박지성은 빈 공간을 파고들어 찬스를 만들어내고 골로 연결한다. 이날도 아스널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의 간격이 벌어진 틈새를 이용했다. 압박도 없었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수비수 한 명을 농락한 후 왼쪽으로 드리블 해 애슐리 영에게 연결했다. 재치도 돋보였다. 박지성은 수비수 4명이 포진한 골문 앞으로 쇄도하지 않고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볼을 기다렸다. 근처에 상대 선수는 없었다. 영의 크로스는 박지성의 발끝에 걸렸고, 지체없이 왼발로 슈팅한 볼은 골망을 출렁였다.
여기다 아스널은 실점을 허용하면 만회골을 위해 수비가 느슨해진다. 역습에는 속수무책이다. 박지성의 역습 능력과 활동 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의 강점과 상대의 아킬레스건이 기막히게 교차한다.
박지성의 첫 제물은 아스널이었다. "내가 경기장에서 얼마 만큼 보여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