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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연기는 정답이 없어"…이병헌, '백두산'에 쏟은 피땀눈물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2-19 14:5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연기는 정답이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연기를 열심히, 잘하고 있는 건지 늘 의심하려고 하죠."

재난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 덱스터픽쳐스 제작)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을 막기 위한 결정적 정보를 손에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49). 그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백두산'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을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로 올겨울 텐트폴 극장가 최강자로 떠오른 '백두산'. 남북 이념 간의 갈등을 베이스에 두고 백두산 폭발이라는 초유의 재난을 더한 '백두산'은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로 재난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 백두산 화산 폭발로 인한 재난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초토화된 평양은 물론 강남역 지진, 한강 해일, 현수교 붕괴 등 한국 특수효과 기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 최상의 퀄리티를 '백두산'에 담은 것. 또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재난 상황을 담기 위해 한국 영화 최초로 잠수교 전면을 통제해 촬영,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역대급 규모로 재난 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

여기에 '백두산'은 이름만 들어도 무조건 '믿고 본다'는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모았다. 특히 데뷔 이래 첫 북한 요원으로 변신한 이병헌은 속내를 쉽게 읽기 힘든 캐릭터를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고 가는 폭넓은 연기력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 눈길을 끈다. 백두산 폭발을 막는 작전에 협조하는 듯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을 당황하게 만드는 엘리트 북한 요원 리준평을 소화한 이병헌. 하정우와 첫 호흡에도 찰떡 브로 케미스트리를 펼친 이병헌은 한계 없는 연기력으로 또 한 번 겨울 극장가를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병헌은 '백두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백두산'은 너무 잘 빠진 시나리오라 처음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느꼈다. 나에게 있어 이 작품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백두산'은 하정우가 먼저 캐스팅이 됐고 이후에 하정우가 같이하자고 전화도 받았다. 그러면서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너무 매끄러워서 결핍이 안 느껴졌다. 물론 완벽해서 매력을 느끼는 작품도 있지만 이 작품은 어디 하나 건들 곳이 없어서 매력을 못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디 무비 성격이 있으니까 서로 만들어가는 게 있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두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셀프 이발 신을 선보인 이병헌. 영화 '아저씨'(10, 이정범 감독)의 명장면 중 하나인 원빈의 셀프 이발 신을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명장면을 만든 이병헌은 "'백두산'을 보고 누가 그러더라. 리준평이 북한에서 직업이 헤어디자이너였냐고. 아무래도 영화니까 막 자른 머리치고 영화적인 부분을 위해 다듬어진 모습이 보였다. 수염도 굉장히 잘 다듬고 헤어스타일도 셀프로 잘랐지만 깔끔하게 잘랐다"며 "사실 촬영 전 전문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과 손길로 보이려고 내 머리를 늘 깎아주는 디자이너 친구에게 가위질을 배웠다. 촬영할 때는 미용 가위가 아닌 일반 큰 가위로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려고 하니 굉장히 위험했다.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겁이 났다. 내가 안 보고 자르는데 어디를 자르는지 모르니까 겁이 났다"고 고백했다.

또한 원빈을 능가하는 이발 신에 대해 "사실 원빈의 이발 신은 복근도 함께 공개되지 않나? 나는 안타깝게도 이번 영화에서 복근을 안 보여줘서 원빈만큼 화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정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오랫동안 충무로를 이끌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병헌과 하정우였지만 두 사람이 한 작품으로 만난 건 이번 '백두산'이 처음. 이병헌은 "하정우는 정말 순발력이 있다. 순간순간 재치가 뛰어나다. 평소 대화를 할 때도 재치가 느껴진다. 다른 배우들은 그런 매력이 연기할 때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교과서적으로 자신의 센스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배우도 있다. 그런데 하정우는 평상시 자신의 유머나 재치를 고스란히 영화 할 때도 사용할 줄 알고 있더라. 하정우는 어떤 행사장이나 시상식장에서 종종 만났는데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같이 작품을 하면 굉장히 재미있겠다며 이야기를 해왔는데 그게 좀 오래 걸린 것 같다. 기다리다 보니 이렇게 '백두산'으로 만나게 됐다"고 답했다.


이병헌은 '백두산'에서 하정우와 차진 케미는 기본, 카메오로 출연한 전도연과 반가운 만남도 이뤄졌다. 이병헌과 전도연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15, 박흥식 감독) 이후 4년 만에 '백두산'으로 재회한 것. 이병헌은 "사실 캐스팅 단계에서는 나도 몰랐던 부분이었다. 촬영 직전에 전도연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정말 강력한 배우가 이 한 신을 위해 나온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도연이 등장하면서 관객을 놀래게 만들고 영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반면에 너무 강한 배우가 나와서 스토리가 장악될까 걱정도 됐다. 관객이 볼 때 감정 몰입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도 전도연이 그 장면에 나와주니 리준평의 가족사가 확고히 층을 만드는 것 같아 좋았다는 평이 있었다. 나중에는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리준평의 부성애 코드에 대해 "신파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리준평의 딸을 연기한 아역 배우 연기가 너무 좋아 그런 우려는 없다. 나도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오히려 아역 배우 연기가 나 때문에 잘 안 보인 것 같아 오히려 미안하더라. 아역 배우 어머니에게도 '앞으로 충무로 미래를 이끄는 훌륭한 여배우가 탄생한 것 같다. 미리 축하드린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실제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이병헌은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를 할 때 아무리 현실적인 이야기라도 해도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가 많으면 연기하기 어렵다. 상상에 의존해서 연기하는 편인데 운 좋게 경험에 의한 감정이 있으면 굉장히 빨리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또 그 감정을 굉장히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다. 아이가 있는 배우들에게는 딱히 이 영화에 나오는 부성애 상황이 없더라도 미혼의 배우보다는 훨씬 쉽게 부성애 감정에 다가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한국 영화 100년사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자부심과 내년 2월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전망했다. 앞서 그는 2016년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관 단체인 예술과학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돼 화제를 모았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월드 스타'인 이병헌은 아카데미 회원으로서 "나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지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생충'이 미국 개봉 이후 아카데미 캠페인을 한창 하고 있을 때 나 역시 미국 일정 중이었다. 내가 실제로 경험한 '기생충'의 반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뜨겁다. 외국 관계자에게 '기생충'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굉장할 정도로 호평이 자자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아카데미 투표에 대해 "회원으로서 투표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를 다 봐야해서 그동안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올해 역시 투표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생충'은 당연히 봤지만 다른 후보 작품을 다 볼 수 있을지 미지수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내가 생각하는 내 연기톤과 대중이 생각하는 내 연기톤은 차이가 있더라. 나는 사람들이 코믹한 느낌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뭔가 결핍된 느낌, 그리고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공감을 많이 하더라. 주변에서 '그런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산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건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며 "연기를 할 때마다 늘 '내가 잘 하고 있나?' 의문을 가지고 한다. 내가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연기를 열심히, 잘하고 있는 건지 늘 의심하려고 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전혜진, 배수지 등이 가세했고 '나의 독재자' '김씨 표류기'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과 'PMC: 더 벙커' '신과함께' 시리즈 등을 촬영한 촬영감독 출신 김병서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오늘(1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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